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시공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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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것은 네일숍이 일터와 미용 작업실을 넘어, 우리아이들이 자라나는 곳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그중 다수는 사촌 빅터처럼, 아직 성장기에 수년간 폐로 유해가스를 들이마셔 천식이 생길 거예요. 숍은 또한 부엌이에요. 뒷방의 바닥에서는 여자들이 쪼그려 앉아 전기난로에 올려둔 퍽퍽 튀고 지글대는 커다란 웍을 들여다보고 있고, 큰 냄비에 든 쌀국수가그 좁고 갑갑한 공간에서 부글부글 끓고 김을 내다보니 정향과 시나몬, 생강, 박하, 카다몸 냄새가 포름알데히드와 톨루엔, 아세톤, 파인솔, 표백제 냄새와 뒤섞여요. 옛 나라에서 온민담이나 루머, 믿기 힘든 이야기와 농담들이 오가며 확장되고, 부잣집의 옷장만 할까 싶은 뒷방에서 터져 나오던 웃음들이 순식간에 으스스하고 아무 일도 없던 듯한 정적으로 가라앉는 곳. 숍은 임시 교실이기도 해요. 우리는 보트와 비행기,
심해로부터 갓 내려 이곳에 도착한 다음, 이곳이 임시적인 거점이 되길 바라죠. 제 발로 설 때까지, 정확히 말해 우리의 턱이 영어 음절에 맞게 유연해질 때까지. 수업료가 급료의 4분의 1이나 되는 야간 ESL 수업 숙제를 끝내느라, 매니큐어 책상 위에서 웅크리고 참고서를 들여다보는 곳.
저는 여기 오래 머물지 않을 거예요, 라고 우리는 말할지 - P119

몰라요. 곧 정식 직장을 구할 거예요, 라고. 그러나 대개는, 때로는 몇 달, 심지어 몇 주 안에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팔 밑에는 종이 가방에 든 매니큐어 드릴을 낀 채, 다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그리고 자주, 주인은 동정심에서, 아니면사정을 이해해서, 아니면 둘 다의 이유로 그저 텅 빈 책상 쪽을 고개로 가리킬 거고요. 텅 빈 책상은 언제나 있기에. 왜냐하면 누구도 충분히 오래 머무는 법이 없고, 누군가는 항상 방금 나간 상태니까요. 왜냐하면 월급도 건강보험도 계약서도없고, 오로지 몸뚱이만이 함께 일하고 그것을 위해 일하는 유일한 재료니까요. 무일푼이라는 것, 그것이 그 자체로 계약,
존재의 증거가 되죠. 우리는 이 일을 수십 년 할 거예요. 우리의 폐를 부풀리지 않고는 더 이상 숨쉬기가 힘들 때까지, 우리의 간이 화학약품들로 딱딱해질 때까지, 우리의 관절이 관절염으로 약해져 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이 모든 걸 하나의 삶으로 엮어내면서요. 새로운 이민자는 2년이면 알게 되죠. 숍이란 곳이 결국에는 꿈이 경직된 앎으로 변하는 곳이라는 것.
을, 미국인의 뼈를 지니고 깨어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앎 말이에요. 시민권이 있든 없든, 그것은 뼈마디 쑤심, 중독, 저임금이라는 것을요.
저는 엄마의 닳고 닳은 손을 미워하고 사랑해요. 그 손들이결코 될 수 없었던 것들 때문에요.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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