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작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TV에서 강의를 몇 번 본적이 있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강의할 때 딜레마적인 예시를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였다. 저자가 생각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고 파는게 더 이득인 경우도 있었고, 저자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이건 사고팔아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적인 이득보다는 도덕성이나 사람의 마음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현대사회를 비판한다. 이중에는 내가 봤을 때도 사고팔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 많았지만,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을 문제삼은 것도 있었다. 학교의 장학금제도나 대신 줄서기를 해주는 서비스가 그런 경우다. 장학금제도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대신 줄서기를 해주는 서비스는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 스탠퍼드 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용한 방법으로 나온다. 이 때는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이클 샌델 교수가 이점을 문제 삼을 때는 꽤 충격이였고, 상황을 보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된다면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글을 보고 생각난 것은 오래 전 EBS에서 본 한 방송이였다. 그 방송에서는 초등학생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준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이에 비해 수준이 낮은 책을 읽었고, 그 책조차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책을 읽게 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시간낭비만 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책 한권을 읽을 때마다 2달러를 주는 제도를 도입한 어느 학교에 대해서 말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우려하는데 이 실험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들도 저자가 생각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속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해서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책에 약간 경제학적인 내용이 들어가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고, 사례를 많이 들어주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