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도 식물도감 - 색연필과 마커로 그리는 꽃과 식물 일러스트
서하 지음 / 시대인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다이어리 꾸미기★ 카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주도 식물도감'이라는 일러스트 그리기 책을 선물받았다.
꼼꼼하게 포장돼 내 손에 안긴 식물도감.
흰 표지 속 노란 꽃이 탐스럽다.
'제주도 식물도감' 책에는 향기로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표지를 손으로 문지르면 꽃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줄을 긋기만 해도 달콤한 향이 나는 색깔 펜들이 유행했던 게 생각난다.
굳이 코를 킁킁거리지 않아도 멀리까지 향이 쫙 퍼졌었는데.
보라색 펜은 포도향, 노란색 펜은 레몬향, 이렇게
누구든 납득할 수 있게 매칭된 색과 향이 아직도 코끝을 간질이는 기분이다.
그 펜들이 향 없는 색깔 펜이였다면 아직까지 기억에 남지 않았을 거다.
예쁜 색깔과 함께 달콤새콤한 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떠오르는 것이다.
'제주도 식물도감'은 제주도에서 스쳐가듯 만난 식물들의 모습은 물론,
제주의 향기까지 표지에 담았다.
오늘처럼 뜨겁고, 휴식이 절실한 날엔 특히나 더 자꾸만 킁킁거리게 된다.
'제주도 식물도감'이 제안하는 건 휴식이다.
제주도는 이름도 제주도다. 혀와 입천장이 맞닿아 과즙을 터뜨리는 듯한 발음.
제주도=귤 이라는 선입견에서 온 생각인걸까? ㅋㅋㅋㅋ
상큼한 에이드와 함께 푸르른 제주 바다에 발을 첨벙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식물도감을 뒤적이며 초록 제주를 상상해본다.
식물은 약하다.
쉽게 꺾이고, 뽑히고, 밟힌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가장 강한 생물이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식물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제주도 식물도감은 다양한 제주의 식물을
계절별로 분류해 그려보인다.
물론 마커와 색연필을 이용한 일러스트 책인 만큼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물, 연습, 색상표 등도 제시된다.
제주도 식물도감은 마커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몇 가지 색의 도구들이 좋은지, 몇 자루만 사고싶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
사소해서 더 고민되는 부분들을 준비물 챕터에서 시원하게 알려준다.
제주도 식물도감의 작가는
마커와 색연필로 색을 '쌓아나간다'고 표현한다.
제주도의 수많은 꽃, 풀들이 매일매일을 쌓아 열매를 맺는 것처럼
색색의 마커와 색연필로 한겹씩 색을 쌓아나가면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과.. 행복을 영글어 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 아님 말구
준비물을 소개한 후에는 마커와 색연필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간단한 사진 자료와 함께 상세히 설명해준다.
마커는 잘못 사용하면 종이가 떡지거나 색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
애써 그린 밑그림이 뭉친 종이때문에 소생불가하게 된다면 너무 슬프겠지.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작가는 마커 사용방법에 대해 뒷장에서 더욱 친절히 설명한다.
마커를 칠하는 방향까지.. !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
저렴하다고 보긴 어려운 마커는 색상도 다양해 구입할 때마다
오만 가지 고민을 다 하게 만드는데,
색상표에 대한 정보도 제시되어 있어 따라 그릴 때 참고하기 적당하다.
본격적인 일러스트 따라그리기 페이지를 펼치면,
스케치 단계, 마커 색칠 단계, 색연필로 마무리 단계까지
1번, 2번, 순서를 달아 하나하나 설명되어 있다.
거기에 제주 식물별 첫 페이지에는,
꽃 이름과 그림은 물론, 꽃에 대한 설명도 준비되어 있다.
도안이 하나가 아니라 심심하지 않다.
다양한 구도와 각도의 제비꽃이 한가득 !
함께라서 행복한 구름털 제비꽃을 그리고 싶다면
왼쪽 도안을 따라 그리면 되겠다.
아주 연한 노란 색의 마커뿐이어서 색연필과 수채물감을 활용했다.
꽃이 너무 대두야.. 미안해 제비꽃 ㅠㅠ 다음번엔 예쁘게 그려줄게.
특히 이파리가 너어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록색 마커 구입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아..
초록색 마커는 없지만 초록색에 매료됐다.
꼭 그림을 그릴 목적이 아니라, 그냥 제주의 풀꽃들과 만나고 싶을 때,
제주도 식물도감을 뒤적여도 좋다.
초록색 마커는 없지만, 제주도 식물도감의 과정 설명과 도안이 참 알차서,
내가 가진 다른 도구들로 끄적거려도 따라가기 수월했다.
다음 목표는 청보리!
내 추억 속 제주는 가장 싱그러웠던 열일곱의 제주다.
내가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제주도 파릇해보였다.
언젠가 다시 제주를 간다면, 그땐 어떨까
혼자 몰래 상상해보면서 청보리 그리기에 도전했다.
옆에 두고 비교해보니 조금 많이.. 차이가 난다.
아마 조만간 초록색 계열 마커를 구입하지 않을까?
고향집에 프리즈마 색연필도 있는데,
고걸 쓰면 또 어떤 색감이 나올지 기대된다.
다음번 고향에 갈 땐 무조건 제주도 식물도감을 들고 가야지.
포스팅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작가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초록 식물과 꽃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시간을 들여 자세히 바라보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말.
때론 너무 낮게 있어서, 때론 너무 멀리 있어서
이름조차 모르고 스쳐가는 수많은 초록 식물들이 떠오른다.
분명 이 책은 제주도 식물도감이지만,
다 읽거나, 그리거나, 감상하고 나면
그냥 내 발치에 머뭇거리는 모든 작은 식물에게 눈길을 쏟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회색 빌딩과 새카만 아스팔트 도로가 지겨워졌다면
제주도 식물도감을 통해 녹색 물결에 몸을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 ?
분명 눈도 마음도 편안해 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