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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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일본 작가중 국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히가시노 게이고 정도의 위상은 아니지만 인지도를 보자면 다섯손가락 안에는 들지 않나 싶은 인기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담은 사회파 미스터리나 인물들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심리스릴러 또는 공포 호러장르를 좋아해서 나의 소설을 고르는 기준으로 보자면 이사카 고타로는 나의 독서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작가였다.와카타케 나나미 같은 코지 미스터리도 즐겨 읽지만 또 그런 스타일도 아닌것 같고 어쨌든 그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지나친 가벼움이나 엉뚱함 같은 것들이 어떤 선입관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는데 단편집 거꾸로 소크라테스의 첫번째는 바로 이 선입관에 관한 이야기다.

잘못된 선입관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전학생 안자이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꾸미는 여러 계획들이 너무 귀여웠는데 그 나이대에서 가질수 있는 감수성은 순수함 안에서 진지함이 가득했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기본적인 자질은 무엇인지 진부하고 뻔할수도 있는 주제를 이사카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본다.

P.32

"그건 아니야.아까도 말했듯이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았거든.구루메 선생님은 그 반대고.

거꾸로야."

"아하 거꾸로구나."

독특한 제목인 거꾸로 소크라테스의 담긴 의미는 한번 가진 나쁜 선입관이 얼마나 바꾸기가 힘든지 또 반대로 긍정적인 말의 힘이 아이들의 성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줄수 있는지 애틋하고 따뜻한 결말을 보면서 미소 짓게 만들며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이사카 고타로의 선입관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읽어 나갈수록 역시 그 선입관을 부수고 나오면 보이는 것들 느끼는 것들은 기대 이상으로 또 다른 재미를 찾게 되었으니 이사카 고타로는 그동안 나의 소설 편식을 어느 정도 벗어나게 도움을 준 작가임은 틀림없다.

단편집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선입관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왕따 문제나 체벌,학교폭력,강압적인 교육방식 등 무겁고 민감한 소재들을 초등학교 고학년들의 시선으로 풀면서 흥미로운 설정과 고타로만의 장기인 뜬금포 반전과 함께 독립된 단편들들의 연결성을 재치있게 그려내며 고타로 팬들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작가 데뷔 20년 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작품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주인공 이지만 소설이 결코 아동용스럽지 않은 그렇다고 어른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리지도 않는 그 중간 수위를 절묘하게 잘 표현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 처럼 어느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이 가득했고 "지금까지 제 작품을 읽어본 적 없는 독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라는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아이와 어른,고타로의 팬과 나처럼 그에게 선입관이 남아 있던 독자나 처음 고타로의 작품을 만나는 사람이든 모두가 만족하길 바라며 거꾸로 소크라테스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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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독해줘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7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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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명동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매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곳을 발표할때마다 명동 어느 건물 앞에의 땅이 평당 얼마라며 또 일등을 했다는 기사,크리스마스 연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몇 곳인지 알수가 없을 정도의 쭉 늘어선 화장품 가게들,맛집들,중국인 관광객들,쇼핑의 일번지,명동성당...서울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살면서 나에게 명동이란 곳은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함께 쇼핑도 하고 맛집을 찾으러 다니며 꽤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었고 그 이후론 먹고 살기에 바빠서 친구나 지인들 결혼식 때문에 명동성당에 몇 번 가본것이 전부였고 이미 그때는 한국어 간판보다 중국어 간판이 더 많이 보이는 10대 시절과는 전혀 다르게 여기가 한국 땅이지만 한국이 아닌것 같은 많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때는 대한민국에서 늘 핫 한 곳이였지만 언제부턴가 이미지가 이상하게 바뀌면서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 관광객으로 항상 바글바글 하지만 내국인들은 안 찾게 되는 과거의 낭만과 추억이 사라진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과거가 어떻든 지금이 어떤 모습이든 이젠 전부 모든게 그리울 수 밖에 없는데 제 아무리 명동이라도 코로나의 직격탄을 피할수는 없었고 내국인이든 관광객이든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들며 과거의 위상은 사라진 채 지금은 한 집 건너 빈 점포라며 낮아진 임대료와 명동상권이 초토화 됐다는 기사들을 보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명동이 주는 그 의미는 아직도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곳을 배경으로 청년세대의 꿈과 희망 현실을 리얼하게 담은 김하율 작가의 소설 '나를 구독해줘' 는 잊고 있었던 명동에 대한 추억들을 소환하며 공무원을 꿈꾸다 포기하고 30살에 명동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화장품 매장에 알바생으로 일하는 주인공 정소민과 음대에서 피아노를 쳤지만 자기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부모님 가게에서 일하는 유화,그리고 이야기의 반전과 전환점이 되는 인물 호텔리어 남자사람 친구인 강하오!친구들인 이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하여 현재 청춘들이 겪고 있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냉혹한 현실,하지만 그럼에도 늘 희망과 기회는 있다고 진부한 메세지를 명동 곳곳에 풍경과 그 안에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트있고 디테일한 묘사들이 귀엽고 인간적인 냄새가 흐른다. 또 이야기 중간 중간에 메모처럼 들어가 있는 유명 화장품들의 탄생 비화,재료와 성분들,수많은 화장법 등 화장품에 대한 역사와 지식을 자연스럽게 장착하며 주인공 정소민이 알바로 시작해서 점장으로 올라가고 이 화장품 매장을 발판 삼아서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생기는 과정들이 과장되지 않은 캐릭터들과 유머와 소소한 반전을 넣으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화장품 백과사전 같은 소설이었다.

P.40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껴야 하는 곳은 이곳뿐일 것이다.

주인공이 일하면서 느끼는 이런 점들은 코로나 이전의 명동의 모습일 것이다.그런 거부감 이질감 속에서도 명동은 코로나가 끝나면 또 다른 방향으로 명맥을 유지 할 것이고 그 안에서의 사람들도 여기 소설처럼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P.273

직장은 없어도 직업은 살아 있다.그 말에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내가 스스로 자르지 않는 한 잘릴 일이 없는 1인 기업.그래 우리 아직 할 일이 있어.

친구 하오와 함께 새롭게 도전한 일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무언가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청춘이 있기 때문이다.아직은 부족하고 서툴지만 정소민과 친구들처럼 답답한 현실에서도 열심히 도전하며 사는 모든 청춘들을 응원하며 긍정적이고 밝은 책의 기운을 받아 나 역시도 아직 청춘이라 하기엔 좀 애매한 나이지만 지금의 일에 더욱 성실하게 임해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답을 조금씩 맞춰 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나를 구독해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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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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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하며 죽음까지 생각하는 도키타 쇼헤이는 한 주간지의 11월 6일의 저주 라는 기사를 읽고 이걸 이용해서 복수를 꿈꾸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무기력 할 뿐이다.그날도 도망가다 가해자 들에게 잡혀 끌려가 정신없이 맞고 자포자기한 순간 화려한 분장과 복장을 한 피에로가 나타나 도키타를 도와 주는데 도키타의 사정을 들은 피에로는 괴롭히는 학생을 죽여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도키타는 경찰에 잡히지 않을 완벽한 살인 시나리오를 구상하는데 도키타는 피에로의 도움으로 복수를 완성할 수 있을까?갑자기 바람처럼 나타나 도키타의 지옥같은 상황에서 작은 희망이 된 피에로의 정체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범죄자에게 잃은 유족들이 가해자에게 합법적으로 복수한다는 유족의 입장에서 이해하지만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는 합법적 폭력의 양면성을 그린 고바야시 유카의저지먼트는 올해 읽은 수많은 소설중에서 단연코 임팩트 있었던 이야기였고 이번에 신작 '죄인이 기도할 때'도 작가만의 세계관을 잘 들여다 볼수 있었던 저지먼트와 같은 듯 다른 충분히 지금 일어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11월 6일의 저주! 라는 도시괴담 같은 무서운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현재 학교폭력의 피해자 도키타와 과거 학교폭력으로 아들이 자살하고 아내마저 잃은 가자미 게이스케 라는 남성의 시점으로 교차 구성하면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가해자들에 대한 강한 분노,피해자 학생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리상태 심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현재도 진행중인 학교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사회적 질문과 메세지를 남긴다.

도키타가 위기의 순간 구세주처럼 나타나 도키타를 도와주고 사라진 피에로 '페니' 라는 어딘가 신비스럽고 이질감이 드는 미스터리한 존재와 도키타와 가자미 그리고 11월 6일의 저주와의 연결성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들이 납득할만한 충분한 개연성과 스피드한 전개속에서 정당성이 있는 이유 있는 복수와 폭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양면성의 균형을 맞추며 과연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을까?라는 진지한 고민을 해보며 아무리 화가 나도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선은 있다고 하면서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였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학교폭력은 존재했고 윗 세대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하기 힘든 문제 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그저 계속 생각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진부하지만 결국 어떤 사회문제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고 많은 생각들을 모아 공론화 시켜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학교폭력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왜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이 있어야만 희망이라는 단어가 생기는걸까...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그러므로 인하여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그런 폭력의 악순환이 사라지고 도키타 같은 학생과 가자미 같은 가장이 제발 생기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죄인이 기도할 때'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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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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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보이는가?마음을 보여 주고 있는가?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자유로운 독신생활을 즐기며 살던 40대의 시미즈는 이혼을 하고 중학생 아들을 둔 같은 회사의 여직원 가나에와 조금씩 가까워지며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된다.늦은 나이에다 큰 남자애가 있는 여자와의 결혼이 남들이 보기에는 불안해 보였지만 시미즈는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겠다는 걱정 보다는 희망이 컸고 아사히가오카란 곳에 새집을 마련하기로 하는데 집을 둘러 보던 중, 이웃집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유타로!"라는 외침...그 이름은 7년 전 여기 아사히가오카에서 벌어진 너무나 끔찍한 사건의 범인 우에다 유타로였고 그 소년범과 아들 하루히코가 닮았다는 것.독약으로 할머니와 반 친구들 아홉명을 죽인 소년과 닮았다는 것이 운이 나쁜 단순한 해프닝일까 아니면 7년 전 사건의 또 다른 시작인 것인가...

나오키상 수상작가 시게마쓰 기요시의 신작 '목요일의 아이'는 읽는내내 어둡고 불길한 기운속에서 7년 전 일어난 목요일의 아이 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시미즈의 아들 하루히코와의 연결성이 서서히 드러나며 평범하고 무난해 보이는 일상속에서 감춰져 있던 불편하고 잔인한 진실들,소년범죄,학교폭력,가정폭력등 많은 사회적 질문을 던진 소설이었다.

새 아버지와 의붓 아들이란 어색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관계속에서 그것을 극복 하기 위한 시미즈와 하루히코의 행동이나 말들이 최선을 다하고 노력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럴수록 둘 사이는 위화감이 들며 시미즈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되며 나중에는 아들에게 두려움까지 느끼게 되는데 이런 부분들이 전형적인 미스터리 일본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인 매우 디테일한 묘사들로 분명 생동감은 넘치지만 지루함도 공존 하기 때문에 조금은 간결하게 분량을 줄였으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그렇지만 시미즈의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본인의 문제와 하루히코가 감추고 있는 말할수 없는 비밀,목요일의 아이 사건의 범인과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뒤엉키며 미스터리한 여러 사건들과 잔인한 현실,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진실한 선택의 순간이 깊이를 알수 없는 암흑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다 깊은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은 듯 결국 이 소설은 나에겐 진실 되지 못했던 한 남자가 진짜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처럼 다가왔다.

P.278

목요일의 아이들아,너희들은 세계의 끝을 보고 싶지 않은가?멸망해 버린 세계의 그 고요 속에 서 있고 싶지 않은가?

나는 보았다.세계의 끝을 확실히 보았다.나는 거기 서 있었다.멸망한 세계의 중심에,확실히,그날,나는 거기 서 있었다.

목요일의 아이의 범인 유타로와 그와 닮았다는 하루히코가 보는 그 세계란 무엇인가? 싸이코패스나 중2병 걸린 애들의 헛소리가 아니고 누구에게는 그것이 이 세상을 보는 중심이 되며 그 안에서 불행이 될수도 희망이 될수도 있지만 결국 이 모든것이 가정으로부터 출발이 되며 거기서 어떤 원인과 결과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전형적인 어둡고 음침한 일본 미스터리 장르속에서 묵직한 질문과 메세지가 있는 진짜 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신이 되고자 했던 한 소년과 소년의 진짜 아버지가 되고자 한 남자의 불편하지만 감동적인 스토리 '목요일의 아이'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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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살인
천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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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의 여성 승언은 모든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곧 철거될 다 쓰러져가는 한 재건축 아파트로 향하고 9층 903호에 들어선다.승언이 가족과 함께 하던 따뜻한 보금자리이자 지옥같은 고통과 슬픔의 연속이었던 애증의 공간에서 신발 끈을 풀어 자살할 준비를 한다.목을 걸고 숨이 끊어지기 전 모든 행복과 비극의 시작인듯한 거울을 노려보며 몸부림은 더욱 격렬해지고 발이 거울에 닿자 승언은 거울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력들이 눈에 띄는 천지혜 작가의 신작소설 '거울 살인'은 젊은 여성의 극단적인 시도와 거울로 들어가는 초자연적인 상황을 묘사하며 전형적인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승언에게만 보이는 거울의 특별한 능력으로 거울은 왼쪽과 오른쪽의 세상을 보여 주며 같은듯 다른 두 가지의 인생은 승언에겐 기회이자 불행이고 거울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은 그녀의 인생을 더욱 꼬이게 하며 최악으로 몰고 가는 과정들이 안타깝고 흥미롭게 펼쳐졌다.

도무지 끝을 알수가 없는 가정폭력의 굴레속에서 익숙함과 체념은 결국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그순간부터 주변의 거울들은 단순한 거울의 의미가 아닌 승언의 삶은 거울 앞에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오른편에 세상에서는 내가 행복하지만 왼편에 세상에서 가족들이 불행하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일까?이야기의 주인공이 나라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기다리든 지금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느냐 라는 진부하지만 진리같은 결론이 남게 되었다.현실이 맘에 안 든다고 다른 선택을 하거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진다고 과연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거울을 소재로 한 "거울속으로" 같은 영화가 생각이 나며 거울 안과 밖의 세상을 그린 이런 스토리가 참신하고 신선한 설정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들을 묘사하는 문장의 표현력들이 풍부했고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짜임새가 나쁘지 않아 부담없는 깔끔한 분량에 한번에 정주행이 가능했다.

'거울 살인'은 영상화를 해도 괜찮은 그림이 나올법한 익숙함에서 오는 무난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고 앞으로 좋은 미스터리 작가의 가능성을 보았던 우리의 삶속에서 끊임없이 함께 하는 선택에 대한 무서운 양면성 '거울 살인'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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