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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소년을 위한,활달한 소녀를 위한, 그보다는 활달하고픈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이루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책을 읽으며 어느새 코리의 곁에선 친구가 되어 두근 거리며 제퍼를 활개치며 돌아다녔다.
원래 성장물은 그다지 좋아하는 종류가 아니었다. 그들이 세상을 신기해하며 들떠있다가 죽음을 경험하고는 비틀 거리며 다시 일어나는 모습들은 신물이 났다. 그럼에도 소년시대를 읽는건 너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작가가 선사해주는 제퍼 안에서의 쉴새없이 일어나는 여러 경험과 사건의 파도들이 넘실대기 때문이다.
소년시대에는 참으로 다양한, 그야말로 소년과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꿈꾸었던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 초반부 시작하여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살인사건, 괴수와의 결투, 친구와의 우정, 미스터리한 인물, 모험, 추적, 첫사랑, 시대의 흐름, 비밀모임, 갱단, 죽음, 반항, 흡혈귀, 프랑켄 슈타인, 총격전, 폭탄, 공룡, 추리, 가족의 사랑. 이 모든게 몽땅 나온다. 믿어지는가. 위에 열거한 것들 정말 전부 나온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진행되어 지는 이 이야기는 너무 멋진 현실 같은 판타지다. 문장 곳곳에 보이는 역자 분의 센스 있는 번역들도 키킥대며 웃을 수 있는데 한 몫을 해주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 나의 제퍼 안에서 나는 무엇 하였었나. 그 누구도 넘지 못할 높은 담쟁이 담. 그 위로 쏜아지던 노란 단풍잎. 으슬한 상상을 하게한 한 밤의 불이 켜진 교실. 빨간 첫 자전거. 예쁜게 거칠었던 여자 아이. 이름이 예뻤던 아이. 시장을 휩쓸어 버렸던 불어난 개천.
이 책을 이러한 어린 시절 일어난 환상들을 다시금 불러와 준 것만으로도 참 고마울 책이다.
누군가 가져가버린 나의 첫 빨간 자전거. 어른들이나 탈만한 크기라 커다란 붉은 말처럼 보이던 그 자전거가 생각 날 때 이 책을 다시 꺼내어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