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의 사내 필립 K. 딕 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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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SF 영화의 원작을 쓴 필립 K. 딕의 소설을 드디어 접하게 되었다. 

 독일과 일본이 승리한 대체 역사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단순히 '이렇게 되었다면 어땠을까?'를 그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딕은 소설 속에 나오는 책인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라는 통해 독자의 현실을 소설 속으로 순식간에 끌어들인다. 이 장치는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카페에 가만히 앉아 짙게 썬팅된 유리창 밖 풍경을 그저 무심히 바라보다 한순간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상황과 흡사했다.  이렇게 소설과 연결된 독자는 더욱 쉽게 자신의 현실을 소설에 대입하게 되는거 같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일본인 지배 계층과 유태인 피지배층의 관계와 모습은 고등학교 때 문학 교과서를 보았던 한국인이라면 딱히 낯선 관계는 아니리라 본다. 문학 소설에 실렸던 수많은 식민 시절을 그린 소설에서 심심찮게 보며 울분을 느꼈던 관계이니 소설을 읽으며 쉬이 감정이입이 되는 것에 스스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소설 속의 유태인은 2차 대전 때와 같이 여전히 핍박 받고 있지만 우리 현실의 이스라엘을 생각하면 씁슬할 뿐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전해지는 뉴스들을 떠올리며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필립 k. 딕이 살아있었던라면 그는 이 상황을 어떤 기분으로 보고 있을까.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빈번히 등장하는 주역에 대한 인물들의 믿음은 좀 얼떨떨 하다. 글쓴이가 심취해 있었기에 소설에 중요하게 등장 하지만 역시 공감을 하기엔 너무 요즘의 사상과는 멀지 않은가 싶다.  

큰 흡인력과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역사와 현실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되는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필립 k. 딕의 다른 소설을 더 읽어봐야 작가 특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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