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2 -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돌봄과 작업 2
김유담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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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출산하고 조리원에서 읽었던 <돌봄과 작업> 1권.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음에 사무치게 다가와서 다 읽어가는 것이 아까워 천천히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2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설렜던지, 조금 더 확장된 시야를 보여주는 이번 이야기 또한 너무 좋았다. 치열함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이들의 삶은 늘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된다.

“책은 읽히지 않고 경제적인 보상은 턱없이 적은 데다 건강을 해치기도 쉽다. 그럼에도 읽고 쓰는 일을 삶에서 분리하지 못하는 희귀한 종족들이 이 세상에는 있다. (50, 김유담)“

밤 11시, 1살 아기와 8살 아이가 곤히 잠들고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씻고나온 시간.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세시간 남짓. 그안에 보고싶은 책도 많고,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와 엮어내고 싶은 글도 많다. 최근에는 블로그도 꾸려나가기 시작해서 마음이 분주하다. 이중 하나만 겨우 해내거나 아니면 갈피를 못 잡고 여기저기에 발만 담궜다가 잠들기 일쑤다.
한 발자국 조차 남기지 못한 하루를 흘려보내면 늘 의미없는 다짐과 함께 잠자리에 들곤 한다. 그런 하루가 자주 생기는 요즘이라 그럴까, 김유담 작가의 글이 저릿하게 사무쳤다.

개인으로서 형성해 놓은 세계가 아이 라는 행성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진 사람들의 이야기. 새로이 세워가는 세계관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은 이들의 치열하고 뜨거운 현장이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에서는 조금 더 넓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동역한다는 언어의 이면에 있는 소란스러움.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의 현실과 아픔. 그리고 희망.

여백 없는 격한 일상으로 다시 세워지고 있는 나의 세계. 보상 없는 헛발질에 진심을 다 하다가 가끔, 아니 자주 내가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아니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돌봄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오늘의 이 순간과 지금 내 모습이 썩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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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느끼는 무게감이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날 붙잡고 있는 아이의 존재감이라면, 힘을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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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 자신을 잃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일지라도. 진정한 모성은 나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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