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을 안보고 뭘 본답니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혈액 채취하는 탁자 구석에 책을 올려놓고 팔을 내미니 

남자 간호사분이 책을 흘끗보고 피를 뽑으면서 묻는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을 안보면 뭘 본답니까?'

책을 읽을 때는 사실 제목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읽지 않았기 때문에 말문이 막혀서

'아직 다 읽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다음에 알게되면 알려드릴게요. 여튼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라고 얼버무리고 자리를 피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고 무엇을 보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책에서는 단순한 대답을 해준다. 

물론 천문학자는 별을 본다, 관측한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다른 것에 할해한다. 

육체가 닿을 수 없는 그곳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그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인내, 기다림, 끈기 등을 통해 

아무의미도 없을 것같은 무수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

우연히(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무수한 시간을 투자하여 지켜본 결과를 이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수많은 자료들 사이에서 특이점을 찾기 전까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과학계를 대표하는 젊은 여성 천문학자의 성공스토리 그 이상의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책의 큰 차별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심채경과학자, 작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뤄낸 밝게 빛나는 훌륭한 업적들 사이 사이를 채우는 반짝이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이책을 채워나간다. 

소위 업적이라고 할 것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나같은 독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녀의 삶을 채우는 모래와 같은 시간들. 수많은 일상의 순간들.

그 안에서 그녀는 특이점을 찾아 그런 순간을 우리에게 툭툭 던져준다. 

자세히 보아야 반짝거리는 조그맣고 작은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해서.

그녀가 사회적으로 성취한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나는 경의를 느끼지만

이 천문학자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 삶에 그 소소한 순간들에 대해 가지는 모든 감정들을 

수용하는 태도에 대해 가장 큰 애정을 느낀다. 

지치고 외롭고 공허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요즈음이라

책을 다 읽고 내 세계로 돌아왔을 때,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할게 해줄 수 있는 책들을 좋아하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 인것 같아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