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게 친절한 철학 - 개념과 맥락으로 독파하는 철학 이야기
안상헌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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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나와야 할 철학책,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지금껏 읽은 철학책만 해도 책꽂이 한쪽 면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나무 몇 그루의 가지나 잎에 대한 설명으로 나는 철학을

안다고 우쭐대곤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그저 아는 척하기도 하고, 모르는 것을 얼버무려 넘기가 일쑤였다.

 

철학을 하는 것은 인류의 생각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생각의 역사는 오롯이 그 시대를 가장 높은 수준의 사유 총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철학의 역사는 철학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는다.

 

철학의 역사는 세계사의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십자군 원정이 있고, 종교개혁이 일어났듯이 그 이면에는 신 중심의 중세철학이 붕괴하고

근대철학이 모습을 드러낸다.

 

의심해 보는 이성의 역할은 결국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고 과학혁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점들을 이해하면 철학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27년째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참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읽은 책이 구슬에 꿰진 보석이 아니라 그냥 홀로 뜰에 뒹구는 낙엽 같아서 늘 도서관에서 오는 길에 쓸쓸하기만 했다.

 

안상헌 작가님의 철학 과정을 1년간 들으면서, 왜 내 마음이 쓸쓸했는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공부란 결국 분류하는 작업에 속한다.

내가 지금 배우는 것이 학문의 분야 어디에 속하며, 그 분류가 우리의 삶과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때부터 학문이 재미있어진다.

 

이어령 박사님과 김용옥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상의 지식이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져 현재의 우리 삶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철학은 꼭 넘어야 할 에베레스트 산 같은 분야다.

무시하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고, 해보자니 뒷동산에서 몸 푸는 것처럼 쉽지 않다.

 

안상헌 작가님의 <미친 친절한 철학>은 이런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쉽고도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 북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철학책이 학문하는 분들의 학제적인 접근으로 대중과 거리가 있었다면,

일본 작가들의 철학 안내서가 전체와의 연결성이 너무 부족하여 아쉬움을 줬다면,

이 책은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너무도 잘 관찰하고 있는 작가가

일반인 입장에서 철학을 생활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한 번 읽는 것으로 철학을 이해했다고 한다면, 그 또한 사기에 속할 것이다.

이 책을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읽고 나면 철학, 별것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냐면 별 것 아니다라는 평가에는 철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기준으로서의 철학의 쓰임을 제대로 이해한 평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공부가 맥락을 찾아가면 좋겠다.

그러리라고 감히 추천해 본다.

책을 다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주변 사람들과 토론을 하면서 채워나가면, 지겹도록 외면하고 좌절했던 철학의 능선을 넘고서, 웃고 있는 당신을 만나게 되리라.

 

일독을 권한다. 소장하여 두고두고 볼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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