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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평점 :
책 뒤쪽이나 띠지의 내용을 먼저 눈에 담지 않으려고 굉장히 애쓰는 편이라
이번에도 책 본문부터 다짜고짜 펴들었다.
1권은 여러번 쉬면서 나눠 읽었지만, 2권은 중간에 손가락도 끼우지 못하고 내리 읽게 되었다.
책 뒤쪽 표지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그것도 인생이라고 말해주길"
정말 그래주었으면...
초반 느낌은 멜컴,제이비,쥬드,윌럼 대학친구 4명의 성장기? 인가 하며 책을 넘겼고,
2권까지 다 보고 났을때는 아기와 나를 그린 마리모 리가와? 리가와 마리모? 던가
이름 순서가 항상 헷갈리는 그 만화가의 "뉴욕 뉴욕"이라는 만화책이 떠올랐다.
98년쯤 읽었던 만화책이라 지금은 주인공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만 경찰이었던 케인과
상처가 많은 삶을 살았던 멜? 두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경찰이면서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가지고 살던 케인은 삶에 위장을 하고 지내고
멜은 쥬드처럼 성적학대를 당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 애잔한 기억만.
뭔가 칼부림도 나오고 총도 맞고 하지만 결국 둘은 아이를 한명 입양하고 동성애부부로
살아가는 걸로 나오는데.
이 리틀 라이프는 어린시절의 엄청난 상처로 인해 자신을 감추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들에 대해
감추고 있는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주인공 쥬드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좋은 친구, 좋은 조력자, 언제나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좋은 양부모를 얻게되지만 현재 행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면 모두 사라져버릴거라고 옛날에 다른 사람이 그랬던것처럼 배신당하고 이용당하고 불행해지게 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쥬드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어린시절 버려진 수도원에 버려진 아이, 수도사들에게 성적학대를 당하고
아버지처럼 생각했던 수사에게는 매춘부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
성인이 되어 자기가 살고 있던 어린시절은 21세기도 아니고 19세기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남들보다 수학이나 언어, 철학은 뛰어나지만 실생활에 일어나는 평범한 것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된다.
쥬드는 그런일에 무심한듯 미소를 띠우며 벽을 쌓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된다.
쥬드의 친구인 멜컴, 제이비, 그리고 나의 윌럼...(ㅠ_ㅠ)
그들에 대해서도 작가는 어린시절부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결핍을 얘기해준다.
쥬드의 든든한 지원자인 헤럴드의 자식을 잃어버린 아픔도 설명해준다.
하지만 뒤를 이어 나오는 쥬드의 어린시절 이야기에 태양앞의 반딧불처럼 느껴질뿐이다.
나의 작은 상처가 남의 종기보다 더 아프다...
고통은 내것이 가장 크고 아프고 이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압도적인 고통을 보고 있노라면
아... 나는 상대적으로 행복해 라는 마음이 반사적으로 들게된다.
내가 아니라 다행이야..이런 마음도.
타인의 불행을 보고 나의 행복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아... 내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하면서 제이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것이다.
책을 보다보면 과거의 이런 상처들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겨내고, 함께 극복해내고
행복해진다...라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기대하고 보게된다.
하지만 끝까지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이 이책의 반전.
쥬드의 과거를 상처를 머리로만 알뿐인 독자인 나는 윌럼의 어린시절에 더 공감하고
멜컴의 정신적인 결핍을 더 잘 이해하고 제이비의 나는 더 굉장한 사람이 될수 있었어.라는
자괴감에 더 공감한다.
쥬드의 상처는 일반적인 범주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수 없는 것.
타인의 고난을 도와주려 행동하는 타입의 윌럼마저도 쉽게 이해할수 없는 행동이 많아
쥬드의 자의식이 너무 강한것 아냐~도와주는 사람들을 저렇게 거절하려하다니 하고
내가 쥬드를 비난하는 마음을 쉽게 가지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순간부터가 쥬드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의 일원이 된다.
내가 너를 이렇게나 생각하는데 내 도움을 거절해~라는 자기 만족식의 동정을 가진
나의 오만함을 만나게 된다.
사람은 이렇게나 오만하게 남을 쉽게 도울수 있다고 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너의 나약함이라고 쉽게 비난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나도 택속에 나오는
케일럽과 다를바 없었다.
북캉스용으로 받은 책이었지만 즐거운 연휴에 보기엔 마음이 울적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리틀 라이프는 어린 시절일까, 작은 삶일까... 어느쪽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
그는 멜컴의 이런점이 늘 좋았다. 종이 위와 디자인에서는 그렇게 결연하면서 인생 나머지 부분에서는 너무나 우유부단하고 너무나 자의식없이
남들에게 이야기한다. 멜컴은 실제보다 더 쿨한척, 다 자신있는 척, 더 매끄러운 척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이가 들수록 간계라고는 모르는 그의
순진함이 친구들과 그들의 의견에 대한 전폭적 신뢰가 점덤 더 고맙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378 p
멜컴처럼 될수도 있을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선택에 의한게
아니었을뿐, 전에도 계속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늘 그에게 친절했고 그가 절대 자의식 느끼게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걸 보고 뭔가 배워야
하지 않나?
-379 p
쥬드가 마음을 열수 있었던 친구는 윌럼이었고,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은 멜컴.
그 마음이 드러나 있는 1권의 두페이지가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