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집 1
매슈 토머스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물위의 집은 주인공 에일린의 부모, 에일린의 결혼후, 그리고 그녀의 아들에 관한 가족사를 다룬 책이다.

전환이 빠른 편이라 책 두권이 길게 느껴지지 않고 이 부분은 더 써주지 싶을정도로 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다.

특히나 주인공 에일린의 어린시절의 얘기가 더 길게 나왔으면 좋겠다..싶을정도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펄벅의 대지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장편소설의 서막처럼 생동감있고 섬세한 묘사들이 넘쳐났다.

아일랜드에서 이민온 아버지와 어머니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그 가난한 동네에서 그만의 성실함과 카리스마로 일자리를 구해주기도하고 중재를 하기도 하는 거리의 보스같은 아버지와 딸이 보기엔 너무 자신만의 규칙을 고집하려하는게 이해가 안 가기도 했지만 유산이후 알콜중독이 되어 애증을 품게된 어머니

에일린이 엄마가 술을 먹고 만취해 죽은것처럼 잠들어있는 모습에 괴로워하고 그런 추한 모습에도 부모를 잃게되는 것이 얼마나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일지 상상하는 부분에서 어릴적 부모님이 싫던 순간에도 그들을 잃으면 어떤 심정이 될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덜덜덜 떨리던 그 때가 플래시백되었다.

에일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신분상승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건 에일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던것 같은데 1권에서 마음에 와닿던 구절이 많았다.

"어머니는 롱아일랜드 철도 기차 시간표에 매여야 하는 것을 불평했지만,

정말 어머니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어머니가 비슷한 통근길을 다녔던 시절 이후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자신이 그다지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음을

기차를 타고 다니는 내내 곱씹어야 한다는 일이리라 에일린은 짐작했다"

-54Page

에드와 처음 만나는 장면과 그와의 연애기간에 느끼는 공감, 그리고 그가 좋은 물건을 사거나

몸에 차는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에서 실망하고 연민을 느끼는 부분에서도 많이 공감이 되었다.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나도 연애초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먹고싶다고 했더니

지금의 남편이 사치한다..라고 한 멘트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윙윙(물론 반 농담이었다고 한다.)

에드와 결혼한 에일린이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고 매달 생리가 터질때마다 우울해하는

부분을 보면서 작가가 정말 여자가 아닌고 남자인거야? 이름이 남자같은 여자가 아니고!???

하며 놀랄만큼 이 작가는 결혼한 중년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해낸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들, 느꼈던 감정들을 말로 잘 풀어내서 그래, 내가 하고싶었던 말이

바로 이거였어. 라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정말 남자야??

"그녀는 더 이상 매달 찾아오는 생리를 자신의 여성성의 승인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에일린의 결혼 이후 아이를 키우는 시기의 내용을 보면 스킨쉽이나 애정표현이 많지 않은

부모아래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아들에게 그대로 대물림하는 것이 보인다.

2권에서 에일린이 아픈 남편과 일상에서 벗어나 돈을 받아내기 위한 사기인줄 알지만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그 시간을 보내는 부분이 마음 아팠다.

MSG까지 첨가해 빵 튀겨 힘들다~잘 얘기하는 나는 에일린과 같이 굳건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제 3자의 시선으로 책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마음속을 보다보니 솔직한게 가장 어렵지만 강한것이다.라는 기본적인 감상을...

에드가 병에 걸린 부분은, 에드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뇌기능의 감퇴를 숨기려고 노력할때부터 책 뒷표지에서 이미 병명을 알려줘서 그의 분노, 이상행동을 병의 증상으로 알고 보게 된점이 아쉬웠지만,

병을 받아들이는 그의 마음과 그의 병간호를 위해 들어간 비용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에일린의 모습과 가족의 중심에서 일견 소외된 아들 코넬의 이야기가 2권을 가득 채운다.

여러가지 이유로 에일린은 끝없이 일한다.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졌을때도 그녀는 자신은 계속 일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녀는 어머니처럼 계속해서 일해왔는데 자신이 이룩한게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토록 애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팔고 나온 집에 살고있는 인도이민자들이 주는 카레를 처음 먹으면서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몰랐군요"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앞으로 그녀에게 펼쳐질 여생을 다르게 살아나갈지 책에 써져 있지 않은 공백을 상상해본다.

에일린은 음식들이 놓인 식탁을 바라보며 누군가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들러

세상을 가져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방문객의 시점에서

이 광경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고, 손님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 인생의 그림이 완전한 것임을,

그리고 세상에서 중요한 모든 것이 이미 그 안에 있는 것임을 예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었다.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몰랐군요.” --- p.473

나는 이책을 오롯이 에일린의 시선으로 읽었다.

에드나 코넬의 입장이 되어보기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 더 강해서,

에일린을 옹호하게 되고 안타깝게 여기고 기운을 주고 싶어진다.

그러다보니 코넬이 미워서 코넬의 이야기는 적당히 보게만 되어졌다.

나도 어느날 내 아이에 대한 소유욕으로 아이와 다투게 될것인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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