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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음자리표 ㅣ 종려나무 산문선 1
정숙자 지음 / 종려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수필도 많고 에세이집도 많은 요즘이지만
이렇게 촘촘하고 단아하게 쓰여진 수필집은 처음 대한다.
유명인의 글이라면 유명세로 읽고 이미 이름 난 문인의 글은 그 기대감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치
면 내가 이번에 읽은 정숙자님의 <밝은음자리표>는 평범한 일상으로 엿보이는 삶인데도 읽는 사
람으로 하여금 흠뻑 빠지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철처히 글의 힘만으로 성을 쌓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무척이나 진지하고 겸허하면서도 구식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미가 있는 글이다. 다르게 말하자
면 달콤하게 코끝으로 흘러드는 프리지아 향이 아니라 풋풋하면서 머리에 진하게 다가오는 로즈마
리 향이 날 것 같은 글들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인용하고 다각적으로 재해석하고 저자 특유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정의되는 자연물이나 관념들을 대할 때 지은이가 지닌 방대한 지적인 크기와 사유의 깊이를 짐작
하게 한다.
감상으로 혹은 특별한 경험으로 뚝딱 쓰여진 것 같은 책들에 비하면 진지함과 진실됨이 무척이나
돋보이고 글자 하나하나를 베틀로 짠 것 같은 짜임새가 남다르다.
오! 이 가을은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