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지음, 신혜은 옮김 / 북뱅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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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좌절과 절망으로 외롭고 슬플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해결책만을 제시 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저 곁에서 진심어린 태도로

묵묵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요?

 

앞질러 나가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그림책을 만나보았습니다.

바로 코리 도어펠드의 가만히 들어주었어

(원제 The Rabbit Listened) 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말 그 자체가 아닐 것입니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들어주는 것은

그 사람의 '때'에 그 사람의 '방식'으로

들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 가만히 들어주었어를 번역하신 신혜은 교수-


가만히 들어주었어 라는 문구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제목입니다.

한 아이와 토끼가 얼굴을 맞대고 포옹하는 장면이 너무 따뜻한 표지 그림이예요.

 

어느 날, 테일러는 블럭으로 뭔가를 만들기로 했어요.

아주아주 공을 들여서 새롭고, 특별하고, 뭔가 놀라운 거를 만들었어요.

테일러는 정말 뿌듯했어요.

 

테일러의 표정 보이시죠? 하늘이가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의 딱 그 표정이예요.

 

그런데 난데없이 새들이 날아와 모든 것을 무너뜨렸습니다.

 

이 때 테일러의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너무 놀란 테일러는 세상에 좌절하고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갔을 거 같아요.


이를 처음에 알아챈 것은 닭이었어요,

닭은 호들갑을 떨면서 어떻게 된 건지 테일러에게 말하라고만 했어요.

곰은 화나겠다면서 그럴 땐 소리를 질러보라고 했어요.

코끼리는 본인이 고쳐준다면서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떠올려 보라고 했어요.

 

다음에도 여러 친구들이 와서 테일러의 아픈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자기 만의 방식만을 강요하면서 위로를 하였어요.

 

테일러는 그 누구와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때, 토끼라는 친구가 조금씩, 조금씩, 다가와서

테일러가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까지 말없이 앉아 있어 주었어요.

 

혼자 한참을 울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 테일러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어요.

토끼는 테일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들어주고는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이후 테일러는 이 마음을 스스로 털어 버리고는 블럭을 다시 만들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요. 테일러에게는 이렇듯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었고 이를 가만히 들어주는 친구가 필요했었던 거예요.

 

그림책을 덮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달전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낯선 지방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정말 많은 분들이 테일러 주변처럼 자기만의 방식만을 강요하면서 제게 해결책을 제시했었거든요.

 

그 분들이 도움이 하나도 안 된 것은 아니었으나 저는 정말로 가만히 제 옆에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필요했던 기억이 났어요. 그 당시 제 옆에서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한다고 묵묵히 밥사주고 커피 사주던 한 친구의 눈빛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떠오릅니다.

 

또 아이에게는 저만의 기준으로 아이를 다그친 기억이 떠올라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아이의 좌절감을 다스리고 추스려야 할 시간도 주지않고 닥달만을 해 왔었거든요.

토끼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옆에서 아이가 스스로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때'가 올 때까지 가만히, 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줘야 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제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책 <가만히 들어주었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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