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전쟁
레이첼 시몬스 지음, 권은정 옮김 / 홍익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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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의 따돌림은 열에 아홉은 '은따'라고 할 수 있다. 은근한 따돌림. 실로 은근함이 드러내놓고 하는 것보다 무서운 법이지 않는가? 드러내놓는다 하면 일단 뒷끝이 없는 편에 가깝다. 그러나 여학생들의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하다. 남이 나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내가 참고 넘어가는 편이 일을 작게 만드는 거라고 습관화되어 있는 것이 그들이다. 이런 피해의식의 반대에 은따가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여자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에 한 번쯤 겪어보았을 내용을 담고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인간이 있는데, 하나는 따돌리는 사람, 나머지 하나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 그러니 누구라도 읽어보면 맞아 나도 이랬지 하는 공감과 함께 누군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 보고 나간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쉬는 시간 혹은 수업 시간에 혼자만 빼놓고 몇몇의 여학생들로 구성된 무리들의 알수없는 기분나쁜 키득거림. 이것은 교육학의 행동주의에 등장하는 타임아웃제도와 닮아있다. 넌 빠져! 하는 직접적인 말보다 은밀한 눈빛교류로 만들어낸 여학생들의 울타리가 더 무섭다는 건 여학교를 한 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실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어린 시절의 행동들은 '관계'지향직언 여성의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그들의 따돌림의 실체가 더욱 궁금하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여학교에 근무하는 남자선생님 특히 신규교사에게는 필독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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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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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의 어느 한 자락에 이 책의 이름이 거론되어 그 계기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시대는 히틀러의 나치정권. 그 속에 고독한 투쟁을 벌여온 젊은이들의 고뇌와 불안감, 그리고 비탄의 의지가 한 시간 동안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누군가 나를, 또 내가 타인과 나누는 대화를 감시하고 내 행동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정의와 자유를 구하기 위해 몸을 바친 그들의 대쪽같은 강인함은 그 시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살아있는 인간성인지...읽는 내내 과연 나라면 나는 그런 국가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다시금 이런 상황이 재현된다면 과연 그때는 숄 남매와 같은 사람이 몇 퍼센트나 이 땅에 존재할까? 내 목숨만 부르짖다 불의와 부정을 못본 채 지나치면 다행일까? 불의와 부정에 비비는 사람이 없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의로운 일을 하고 죽어간 사람은 불의를 보고 방관하고 백년해로한 사람의 일생보다 행복할지어니... 나약해진 현대인의 인간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더욱이 이것은 실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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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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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디선가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 궁금해하던터에, 작년 아폴로 눈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할 즈음 다시금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떠올라 더욱더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던 눈먼자들의 도시! 그런데 아쉽게도 그때는 이 책이 절판이라 무척 안타까워하며 알라딘 운영자분들께 메일을 보내서 구할 수 없는지 알아보기까지 했던 이 책이 얼마간 시간이 지나 다시 알라딘에 왔을 때 절판이 아닌 당당히 구매가능으로 나왔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 나였다. 모두가 눈이 멀었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눈을 볼 수 있다는 기막힌 상상력에서 출발한 책이니 오죽했으랴.

역시 그 기대는 나를 저버리지 않았는데, 이상케도 이 책은 우리 주위의 사건 사고와 관련이 깊다. 어쩌면 이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예전 아폴로 눈병이 나돌았을 때도 난 이 책을 떠올렸고, 이번 대구지하철사고를 접하면서 각종 매체의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낀 희생자들의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눈먼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연기로 변한 어둠 속에서 실명한 사람들처럼 네 다리로 기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때문이었다.

눈이 먼다는 것은 눈이 먼 순간부터 삶에서 생존으로 전환되는 것이나 다름없을 터, 허나 그런 동물적인 생활이 희망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에서 다시 삶으로 향하는 여행길일지도 모른다. 판도라의 상자에 '희망'만이 남았듯이 눈먼자들에게는 다시 눈을 띄게 될거라는 희망이 살아있다는 것. 내 삶을 방기하지 않고 개척하는 것. 내 눈은 비록 멀었을지언정 내 희망은 무한한 생명력을 지녔다는 굳건한 믿음. 그리고 반성. 잃어봐야 가졌음의 가치를 깨닫는 것. 어쩌면 이 책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원초적 삶의 모습을 보여주어 실명에 대한 가상연습을 시킴으로써 과연 나는 얼마간의 정신력을 가졌는가 시험해 보는 작가의 예지력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치판단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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