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음웹툰 <곱게 자란 자식>을 몰아 보았다.
해방이 멀지 않은 일제강점기 작은 촌구석에서 고름까지 다 짜여지고 있는 간난이와 부락 사람들의 이야기가 답답하고 슬프다. 공출당하고 끌려가고 하는 중에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개인의 삶이 슬프다. 짠 맛이 단 맛을 극대화 시키듯이 이 만화의 개그는 슬픔을 끌어내려고 있나보다.해방과 함께 나으리들은 곧 물러 나겠지만 나으리 아닌 나으리들과 주구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꼭대기에 앉아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것이 슬프다.아직 계춘이가 활약하기 전이라 우리 편(?)인 등장인물 들이 속시원한 복수 한 번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데 이게 한없이 현실에 가깝기 때문에 더 슬프다.

2. 위의 작품이 역사 속에서의 민초의 삶이라면 평범한 개인의 삶에서 그 시대의 역사가 보이는 책이 있다.<놀라운 아버지>와 <뜻밖의 개인사>가 그렇다.링클레이터 <보이후드>보는 기분과 비슷한데 순간이 모여 삶이 되듯 개인의 일상이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4.19 등 굵직한 역사가 된다. 조근조근 옛날 이야기 듣듯이 책을 읽어가면 마음이 묵직해진다. 그리 슬프지 않다. 재미있다. 그런데 묵직함이 꽤 오래갔다.논픽션이라서인지 시간의 무게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2-1. 2008년 광주 비엔날레를 보러 갔었다.오랜만에 연락 된 초등 동창이 심심해 하길래 같이 갔다.비엔날레 구경이라는게 대충 산책하듯 작품들 사이를 걸어도 두 시간은 걸린다. 좀 생각하면서 찬찬히 봐도 한나절에서 종일은 걸려서 시간 안배를 신경써야 한다. 취향도 정확히 모르는 일행에게 폐 끼치지 않을정도로 적당한 속도로 순조롭던 비엔날레 구경이 아버지와 아들이 그린 몇 백점의 드로잉 앞에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몹시 미안하게도.

두 시간 넘게 그 연필 드로잉들을 눈빠지게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게 보고서는 반쯤 남은 나머지 전시들은 진이 빠져 그냥 흘려버렸다. 여운이 남아 검색해 보니 그 드로잉들이 책으로 묶여 막 출간되어서 평생 소장 할 수 있게 되었다.<놀라운 아버지>, <뜻 밖의 개인사>라는 제목이었다.그리고 같이 드로잉을 구경했던 초등 동창은 지금 내 옆에 누워있다. 어린 두 딸들과 함께.내가 가진 책들도 내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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