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투스 - 코르착이 들려주는 영화 같은 이야기
야누쉬 코르착 지음, 송순재.손성현 옮김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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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누쉬 고르착의 삶 자체가 문학을 뛰어넘는 위대한 인간이다.


야누쉬 고르착은 유대인으로 1879년 폴란드의 바르사뱌에서 출생해 의사이며 교육학자, 작가, 기자, 사회운동가, 아동인권운동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나치의 침공으로 폴란드가 점령당하고 게토로 몰렸던 고르착은 자신이 설립한 고아원 '고아들의 집'의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을 내놓는 조건으로 목숨을 살려 주겠다는 나치의 제안을 뿌리친다. 강제수용소로 유태인 강제 이주 당하던 날, 200여 명의 자기 고아원 아이들과 수십 명의 선생님들과 함께한 행진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을 만큼 가슴 아픈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고르착은 결국 1942년 8월 그가 사랑했던 아이들과 함께 강제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 어린이가 있어야 할 곳은 집 구석이 아닌 또래 친구들 사이여야 한다."

" 어린이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고르착의 이런 철학이 잘 녹아든 작품이 바로 북극곰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판된『카이투스』이다.

 

 

 

 

어린 시절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사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게 비단 어린 시절뿐일까?
어른이 된 지금도 마법을 부려 바꾸고 싶고 되돌리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삶이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마법의 주문을 외워 그곳을, 그 일을 벗어나고 싶고 미운 사람을 골려주고 나쁜 인간을 벌하고 싶은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게 상상 속에서 나 가능할 뿐임을 알기에 어른이 되고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마법의 힘을 꿈꾼다.
지겨운 학교와 학원을 나 대신 다녀와줄 분신을 만들고 싶고 함께 놀 친구를 소환하거나 먹어도 먹어 줄지 않고 척척 차려지는 식탁, 나를 괴롭힌 친구에게 복수해주기, 원하는 장난감은 뭐든지 가질 수 있는 마법의 주문.....

이 소설 『카이투스』도 바로 그런 마법의 힘을 간절히 소망한 소년 카이투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이 마법의 이야기라고 해서 해리포터 같은 류의 스펙터클하고 때론 유쾌한 판타지 소설로만 읽기엔 좀 더 어둡고 무겁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하고도 너무나 평범한 남자아이 카이투스는 학교가 즐겁지만도 않고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특별히 부자라거나 혹은 학대하는 것도 아닌 진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법의 힘이 진짜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마법의 주문을 거는 연습을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들이 있다.
선생님이 자기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들어주길 바라고, 펼치면 노트에 숙제가 되어있으면 좋겠고, 주머니에 용돈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고, 자신에게 불친절한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어서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았는데 세상에 카이투스의 마법이 통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이다.
카이투스는 용돈을 갖고 싶은 마법 때문에 도둑으로 몰리고 전차를 뛰어넘는 마법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고 결국 그 소동의 와중에 할머니의 죽음을 껶게된다.

마법의 힘이 커질수록 소동은 더욱 확대되고 경찰에 쫓기면서 파리로 떠나게 된 기차에서 친절한 소녀 조슈아를 만난다.

세상 사람들을 돕는 요정을 꿈꾸는 조슈아를 보고 그저 자신의 욕망만 채우는 마법사가 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세상의 한가운데서 겪게 되는 카이투스의 마법과 모험.

결국 대마법사의 소환으로 강아지로 변하게 된 카이투스와 조슈아.
카이투스와 조슈아가 강아지에서 다시 사람이 되려면 어떤 마법의 힘이 필요할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

신기한 판타지 소설을 기대한다면『카이투스』는 실망일 수 있다. 그러나 '마법의 힘을 가지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까'라는 물음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할 책이다.

카아투스도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졌을 때 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진짜 친구와 가족이 있을 때가 더 행복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대한 교육자가 남긴 " 어린이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이 소설이 단지 마법의 주문이 흘러넘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어린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철학 소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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