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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정원사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5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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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무슨 색깔일까?
까만색?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을 보면서 밤은 까만색이 아니라 감청색이란 걸 알게 됐다면 북극곰의『한밤의 정원사』를 만나고 나서는 밤은 어쩌면 따뜻한 푸른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형제라는 테리 펜과 에릭 펜 두 작가가 굳이 밤을 표현하는데 이 색을 선택한 이유는 배경이 나무 정원이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저는 이 책을 한마디로 "예술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육원 소년 윌리엄이 살고 있는 회색빛의 우울한 마을이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깨어납니다. 그저 보통의 나무들이었는데 밤사이 멋진 모습의 부엉이 나무로 변신했습니다. 다음 날은 고양이 나무가, 토끼, 앵무새.... 그와 함께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깨어납니다.
물론 우울했던 소년 윌리엄도 한밤의 마법을 가져다준 정원사를 따라 멋진 예술가가 됩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네가 잘 하는 일을,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 없이 모두 사라진대도 괜찮아.
네 안에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단다. 그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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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모으는 예술가 생쥐 프레드릭.
아무도 프레드릭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햇살
이 보이지 않을 때 프레드릭이 보여준 햇살의
따뜻함을 알게 된 친구들.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마을에 생기는 신기한
동물 모양의 나무를 볼 때는 영화『가위 손』
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얼음처럼 차갑던 마을을 변화 시킨 가위손이
만들어낸 멋진 정원 나무들과 『한밤의 정원
사』가 만들어낸 나무들이 많이 닮았기 때문
입니다.
맞습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또한 위대한 예술가들만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부산의 감천마을 벽화도 그렇지요.
알타미라 동글 벽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아주 가까이 있어 잘 몰랐던 예술 그림책 한 권, 꼭 보고 넘
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