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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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진보한 만큼 세상은 편해지고 빨라졌는데 사람들은 왜 더 바쁘고 더 정신없는 것일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는 진정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한번쯤  인디언들 처럼 나도 내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왜 나는 바쁘기만 한 것일까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해지려면 게을러 지라고했다.

과연 우리에겐 게으를 수 있는 권리는 없는가


"이게 다 네가 느린 덕분이란다. 만약 네가 토끼처럼 날쌔고, 뱀같이 미끄러지듯이 움직인다면, 아마 그 장면을 놓치고 말았을거야."

                                                                                                                                                                --54쪽--


'지금 내가 잃어버린 것이 과연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한다.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는 1989년 살해당한 자신의 친구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장편 『연애 소설 읽는 노인』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에 이은 세 번째 동화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주제가 무겁고 난해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들은 그런 부담을 갖지 않고 읽을 수 있어 좋아하는 작가다.


담백한 동화 한 편 혹은 '느리기만 한 어느 달팽이의 성장담' 정도로 생각하며 '두께만큼 가볍게' 읽기 시작했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깨달음'을 준 루이스 세풀베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역대 방학 중에서 가장 게으른 방학을 보내고 있는 우리집 세 녀석들도 함께 읽어보길 바라는 맘에서 잘 보이도록 책장에 꽂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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