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의 병아리 햇살그림책 (봄볕) 10
팻 허친스 글.그림, 우현옥 옮김 / 봄볕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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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세상에 로지가 엄마가 되었답니다.

그것도 48년 만에요.

 

 

 

 

보무도 당당한 이 닭의 이름은 '로지'입니다.

저 눈을 좀 보세요.

얼마나 도도한지.


걸음걸이는 또 어떻구요.

정말 당당하지 않습니까?

 

 

<로지의 산책 중에서>


시골 농장에서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여우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매번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 아이들과 박장대소하며 유쾌하게 읽었던 책이 바로 팻 허치슨의 '로지의 산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단행본이 흔하지 않던 시절 전집에 포함된 책으로 만났습니다.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이란 매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작가의 꼼꼼한 그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고 날카로운 선보다 둥글고 부드러운 선, 색의 선택에 있어서도 원색이나 차가운 색상의 사용을 자제한 느낌이 그녀의 책을 보고 있으면 시골 정원, 혹은 농장에 앉아있는 듯한 안정감이 든다고 할까요.


제가 반한 팻 허친스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패턴입니다.

로지 시리즈뿐만 아니라,  'what game shall we play?'에 등장하는 동물들(참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그녀의 다른 책에서 본듯하지 않으신지), '1 hunter'에 나오는 숲 속 나무들, 'clocks and clocks more clocks'에 등장하는 아저씨의 저 빨강 바지.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이 그냥 글자 몇 줄을 읽는 게 다가 아닌가 봅니다.

 

 

  

 

 

어쨌거나 기다리던 48년 만에 만나는 '로지의 병아리' 책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 도도하던 로지에게 드디어 아이가 생겼네요.

음, 이게 처음일지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만.

어쨌거나 알을 깨고 나온 로지의 아기 병아리.

 

 

 

어? 그런데 병아리가 안 보입니다.

어디 간 걸까요?


저기 저 고양이가 혹시 '씁~~~ 꿀떡...!!'

​오~ 안 돼~

 

 

 

 

 

다른 암탉들의 병아리는 다 있는데.

로지의 병아리만 없습니다. 흑흑.....


그런데요. 저기 로지 뒤를 뒤뚱거리며 따라오는 저 노란 몸통에 빨간 발가락, 머리에 하얀 껍질을 쓴 쟤는 누군가요?

아이고, 우린 벌써 다 알고 있는데 로지만 모르고 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전편 '로지의 산책'에서의 로지의 도도함은 어디로 간 걸까요?

혹시 도도한 로지가 아니라 허당 로지였던 걸까요?


악, 저기 뒤에 여우 한 마리가 또 숨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편에서 그렇게 혼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걸까요?

 

 

로지 위험해!!!


자, 과연 로지는 농장 곳곳에 있는 위험과 여우의 습격으로부터 아기 병아리를 찾고 지켜낼 수 있었을까요?


'로지의 산책'을 읽었던 분들이라면 로지의 농장에 어떤 곳이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로지가 병아리를 찾기 위해 어떤 모험을 겪게 될지 그 차례를 예상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재미가 배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로지의 병아리'만 읽는 사람을 재미가 없느냐?


​천만의 말씀.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을 찾아 헤매는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기 병아리'가 마치 자신인듯한 착각에 뒤를 보지 못하는 로지에게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여우를 보면서 한숨도 쉬고, 아슬아슬한 위기를 벗어났을 땐 기뻐하는 아이를 보게 됩니다.

물론 엄마는 엄마대로 병아리를 찾아 헤매는 로지와 한마음이 되지요.

그나저나 저렇게 허당인 로지는 앞으로 병아리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요?

로지에게서 서툴기만 하던 육아 초보 시절의 제 모습을 보는듯한 착각이 드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자, 이번엔 이 책에 아쉬움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그림이 전편에 비해 좀 많이 생략된 느낌입니다.

전편의 로지의 집과 로지의 병아리에 나오는 집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왜 그랬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전편에선 '건초더미'라고 번역이 되어있는데 이번에는 '지푸라기'로 번역이 되어있는데 저 정도면 '지푸라기'  보다는 '건초더미' 혹은 '짚더미'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아들 삼 형제가 참 좋아했던 로지가 엄마가 됐다는 소식에 고딩이 되고, 중딩이 된 아들들도 함께 읽으며 기뻐해 주었습니다.

자신들만 성장한 건 아니란 느낌?


전 벌써 로지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아무래도 다음엔 할머니가 되어있을 것 같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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