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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ㅣ 그림책은 내 친구 3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논장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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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틀림없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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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진듯한 저 행복한 표정.
어느 날 퇴근하는 길에 골목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는 우리 막내를 만났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혼자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더군요.
물론 지금은 보조 바퀴를 달고 있지만 요것도 금방 떼버리고 지금은 두 바퀴 자전거도 쌩쌩 잘 탑니다.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의 로타처럼 말입니다.
다섯 살!
어른들에겐 아직도 아기같은 나이지만, 아이들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만큼 자기는 다 자랐다고 생각하는 나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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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곰 인형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엄마가 만들어준 헝겊 돼지 인형을 늘 옆에 끼고 다니고, 다섯 살 생일 선물로 받은 장난감 자동차, 그림책, 마당의 나무에 매단 그네랑 어깨에 메는 예쁜 빨강 가방도 좋아하는 로타.
그런데 로타는 이제 다 컷어요.
세 살 생일 선물로 받은 세 발 자전거를 탈 때는 지났지요.
뭐든지 오빠 언니랑 똑같아지고 싶은 로타, 이제 언니와 오빠처럼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마침 베리 아줌마네 창고에 쳐박힌 낡은 자전거를 훔칠 생각입니다.
글쎄, 힘도 세지. 로타는 혼자 힘으로 창고에서 낡은 자전거를 꺼냈고, 짧은 다리로 자전거에 올라서기 위해 마춤하게 놓은 상자를 밟고 자전거 페달 위에 발을 얹고는 휙 올라탔습니다.
아뿔사, 하필이면 언덕 위에서 내리막길로 자전거를 몰았으니...
베리 아줌마네 울타리로 처박힌 로타는 그제서야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마엔 혹이 나고, 무릎에선 피도 나고, 자전거를 훔쳤다는 생각에 로타는 그제사 다섯 살 아이처럼 엉엉 웁니다.
그런데 아빠가 로타에게 생일 선물로 빨간 두발 자전거를 사오셨네요.
그걸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기다려 볼 것을.
이제 언니 오빠처럼 쌩쌩 자전거를 탈 수 있을거란 기대로 따라 해 봅니다.
그래도 자전거 핸들에서 두 손을 놓고 타기는 쉽지가 않네요.
"나도 틀림없이 할 수 있어! 오빠처럼 탈 수 있다고. 비밀이지만!"
네, 맞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실패하면서도 자꾸자꾸 도전하면서 자란답니다.
말괄량이 삐삐로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의 작품입니다.
말괄량이 삐삐는 제가 어렸을 때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이야기에 매혹되어 행복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그 삐삐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저희 큰 아이와 중학생 둘째, 그리고 막내까지, 대를 이어 사랑하게 하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여기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의 위대함을 느끼곤 합니다. 삐삐 시리즈 이외에도 그녀의 작품 <에밀은 사고뭉치>,<산적의 딸 로냐>는 저희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002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천진난만한 아이 삐삐와 로타, 에밀은 언제고 늘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