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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읽는 나쁜 동화책 - 사회적으로 올바른, 그러나 묘사와 전개가 어설픈 이야기
정한영 지음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애들은 참 좋아.
(내가 아이였을 때도 어른들한테 들었던 말이다.)
자고나면 새로운 책이 나오고, 자고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이야기도 내가 알던 원래 이야기랑 버전이 다른 이야기로 속편 비슷한게 마구 쏟아져 나오는게 '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도대체가 몇가지 버전이 있는건지, 요즘 애들은 참 좋겠어.
그런데 말이야, 니네들.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가 왕자님과 결혼해서 정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까?
살아온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른데, 귀족들과 담소라도 나눌라치면 뭐 낄 수는 있었을까?
심청이가 왕비가 된 후 그 구중궁궐에서 펼쳐지는 권력간의 파워게임에서 사약받지 않고 제명대로 살 수 있었을까?
함께 백설공주를 읽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읽으면서 그들식의 행복한 결말에 해피해하고, 해리포터 처럼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을거라 열심히 연습하던,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으려고 12월 한 달만이라도 착한 아이가 되고자 하던 아이도 초등학교에 입학만 해도 그건 동화책 속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아침 책 읽기 시간에 초등 1학년 교실에서 '장수탕 선녀님'을 읽어주면서 '니네들 선녀가 있다고 생각하니 없다고 생각하니'하고 물어본다.
"선녀가 뭐예요?"
"에이, 선녀가 어디있어요."
"저건 그냥 동화니깐 그렇지요."
아이들이 환상같은 동화 속에서 벗어나 현실을 알게 되니 잘된 일이라고 기뻐해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동심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 맞는 말이다.
살아보니 현실과 동화속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
'아빠와 함께 읽는 나쁜 동화책'이 바로 내가 하고픈 말이다.
세상은 말이지, 처음 계약을 할 땐 떡만 먹겠다고 해놓곤 나중엔 팔도 다라도 다 먹고도 모자라서 애들도 잡아먹으러 가는 거더란 말씀이다. 그것도 분명히 초식이던 놈이 고기를 먹어보더니 고기만 먹던 놈보다 더 밝히더라니깐.
아, 슬프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왜 나쁜 동화책인지 모르겠다.
'나쁜동화'가 아니라 '리얼동화'여야 하는거 아닌가.
세상사는 이것보다 더 독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