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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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청춘 고딩이 길동 군의 인생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삿짐 센터를 하던 아버지는 추락사고로 식물인간이 위기는 넘겼으나 7살 수준의 정신 연령을 가진 몸은 어른이나 행동은 아이가 되어버렸고, 살던 집은 철거 시한을 넘긴지 오래입니다. 생계를 떠맡은 엄마는 치킨을 튀기느라, 좋은 대학을 졸업한 형은 이력서만 쓰다가 취업에 실패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하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이정도 일 때는 그나마 천국이었을 듯해요.

 

온 가족의 목숨이 달린 치킨집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던 형이 주식으로 모든 돈을 날려버리고는 가출해버렸고, 이제 동이네 집 빼고는 다 철거 당했고, 아버지는 길을 잃고 헤맵니다.

아, 이 지긋지긋하고 지옥같은 현실을 잊고 싶어 마음은 준 여자 친구(?)는 자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이런 인생이 있단 말입니까?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이 시련을 18세 열혈 청소년 길동이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눈물, 콧물은 물론이거니와 뱃속을 긁어내다 못해 항문까지 도려 낼 듯한 매운 음식을 먹는 동안 만이라도 잊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캡사이신에, 청양고추보다 100배나 매운, 그래서 사람까지 실신 시킨다는 부트 졸로키아, 매운 맛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하바네로 까지.

 

그래요.

인생이란 게, 1단계 매운 맛 너머에 2단계 매운 맛이 기다리고, 2단계 매운 맛 너머엔 3단계 매운 맛이 기다리는 것입디다.

그런데 참 희안한 게 1단계를 넘기고 나니 2단계 매운 인생이 1단계 때보다 덜 어렵더라 뭐 그런 말씀입니다.

 

 

"매운 걸 먹으면 먹을수록 거부할 수가 없었다. 마치 매운맛끼리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어서 이 매운맛이 저 매운맛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계속 매운 것이 당겼다." -186-

 

 

"식구들 생각이 났다. 일곱 살이 되어 버린 아버지, 떠나 버린 형, 지난한 삶의 현장 속으로 다시 뛰어든 엄마, 우리는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지만, 그 전보다는 다른 형태의 결속으로 맺어질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별로 행복해 본 적이 없는 가족이고, 함께 나눈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함께 나눈 고통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단단해진 가족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이런 적, 처음이다."-187-

 

길동 군도 지금의 시련을 이겨 내고 2단계, 3단계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제 인생에도 지금 빨간불 켜져있는데.....

매운 맛엔 젬병인 저도 오늘 부트 졸로키아나 하바네로 까지는 어렵고, 대신 빨간 고추장에 청양고추 팍 찍어서 제대로 된 매운 맛을 느껴 볼까요?

그럼 가슴이 뻥 뚫릴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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