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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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홍 글자 'A'는 아서와 헤스터의 '사랑'이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습니다. 

 

불행한 결혼으로 부터 도망쳐 새로운 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그는 그런 나에게 살 집과 이웃을 소개해주었고, 하나님이 나를 세상으로 보낸 이유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나는 이제 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으니까요.

 

 

나는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몸과 영혼이 너무도 지쳐있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녀가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이웃을 위해 무엇이든 헌신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이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남편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우리의 사랑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랑일까요?

 

남편도 없는 내가 아이를 임신하자 사람들은 나를 부정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하며 감옥에 보냈고 처형대 위에 세웠으며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라고 했으나 나는 거부했습니다. 그리고는 가슴에 부정에 대한 부끄러움의 상징인 주홍글자를 새기게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글자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 글자 따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손가락질이 따위로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내 가슴에 새긴 주홍글자 'A'는 바로 내가 사랑하는 '아서 딤스테일'에 대한 사랑의 맹세입니다.

나는 그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우리를 추적하러 온 남편으로 부터, 세상의 비난으로 부터.

가끔은 세상의 비난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듯해서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을 보고나서, 그런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남편의 미움과 증오의 눈빛을 보고나서는 이곳을 떠나 새 삶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지금 내 품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가슴엔 내 가슴에 붙인 주홍글자 보다 더 선명하고 끔찍한 주홍글자가 새겨져 있었군요.

 

이제사 말합니다.

"사랑해요. 아서 딤스테일!"

 

내가 사랑했던 그녀가 처형대 위에서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라는 사람들로 부터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나의 아이를 품에 안고 그 가슴에는 부정의 상징인 '주홍글자'를 달았습니다. 그녀는 지금 '심장이 거리에 내동댕이쳐져서 무참히 짓밟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 고 있을텐데, 비겁한 나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결국 밝히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제 나 스스로가 부정과 부끄러움의 상징인 주홍글자를 매일매일 가슴에 새깁니다.

나는 이제 나를 지켜주기 위해 나 대신 주홍글자 가슴에 붙이고 인고의 세월을 살았던 그녀의 품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나의 신앙과 양심으로 부터, 그녀 남편의 증오와 저주로 부터,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꿈꾸어 보기도 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양심으로 부터 도망 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스스로가 밝힙니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으며, 내가 그 사랑스런 아이의 아버지임을.

처음부터 정직했더라면.....

 

이제사 말합니다.

"미안하오. 헤스터 프린!"

 

우리 두 사람의 묘비에 새깁니다.

 

'검은 바탕에 붉은 A'

 

 


 간혹 명작이라 이야기하지만 고개가 갸웃해질 때가 있다.

 주홍글자를 한 번 읽었다.
 의아하다.
 다시 읽어본다.

 아서와 헤스터와 로저가 내게로 다가온다.

 

나는 아서가 되어 헤스터와 처형대에 함께 오르지 못한 그날 이후로 양심의 심판에 고통을 받았다.
아이를 안고 싶지만 그 앞에 설 수도 없다.
헤스터가 되어 아서를 원망해본다. 아서 당신은 왜 나에게 혼자서 이 무거운 짐을 지게 합니까? 혹시 로저로 부터 그가 헤코지 당할까 조마조마했다.
아내의 부정을 확인했을 때 로저처럼 분노한다. 절대로 그 둘이 도망가게 둘 수가 없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삶이 있던가?
사랑이란 것이 참는다고 참아지던가?
우리 삶이 미움과 증오로만 살아지던가?

 

다시 읽어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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