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영혼의 노래
어니스트 톰슨 시튼 & 줄리아 M. 시튼 지음, 정영서 옮김 / 책과삶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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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부부의 인디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은 오마주"

 

 

인디언에 대해 내가 가진 첫 기억은 머리엔 깃털 장식의 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도끼와 활을 들고, 벌거벗은 몸으로 기이한 소리를 지르며 말을 타고 달리는 잘 생기고, 교양이 넘치는 백인들의 머리가죽을 벗기는(사실은 청교도 순회 신부가 가르쳐 주었다고 저자 시튼은 적고 있다) 야만인이었다. 

반면에 그런 야만인들을 총 한 방으로 쓰러뜨리는 정의의 사나이 존 웨인은 얼마나 멋지던지.

황야의 무법자인 인디언의 침략에 맞서 연전연승을 거두던 금발 머리 백인들이 활약하던 주말의 명화를 보느라 빨간 토끼눈을 하고 밤을 세워도 좋았던 어린시절. 그때의 내게 백인은 정의의 편이었고, 인디언은 영원한 악당이요, 문명이나 문화 따위는 기대할 수 조차 없는 원시인이었다.

 

종교의 탄압을 피해 떠났던 청교도들이 오랜 항해를 끝내고 도착한 땅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손님들에게 먹을 양식을 주었고, 옷을 주었고, 살아갈 땅을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그 땅을 차지한 하얀색 피부의 백인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저지른 범죄를 떠올리자니 무시무시하다.

 

'인디언 영혼의 노래'를 읽으면서 정말 부끄러워진다.

 

그들은 사슴을 사냥을 하면서도 용서를 빌었다.

 

"너를 죽여야 해서 미안하다. 형제여.

그러나 나는 너의 고기가 필요했다.

내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울고 있구나.

나를 용서해다오. 형제여.

너의 용기와 힘과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

 

자연의 풀 한 포기, 모래 한 줌에도 영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 너의 문명은 너와 네 이웃이 너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해치지 않는한 어떤 행위를 할 완벽한 자유를 제공하는가?

  -- 아니요.

` 너의 제도는 절대 다수의 절대 행복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가?

  --  아니요.

` 너의 제도는 물질적인 것은 순간의 것이고, 정신적인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가?

  -- 아니요.

` 사회의 구성원은 그 사회 속에 남아 있는 것이 있는 한, 음식과 거처를 제공 받고 안정과 존엄을 보장 받을 수 있는가?

  -- 아니요.

 

"이 모든 물음에 비춰 볼  때 백인의 문명은 실패작이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아메리카 인디언의 메시지, 즉 인간다움의 계율을 제시했다. 그 길을 통해 우리가 좀 더 나은 좀 더 고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로지 동물학자로만 알고 있던 시튼이 1930년 대에 이미 인디언의 문명에 대해 이렇게 애정어린 시선과 존경의 마음을 담은 기록을 남겼다니, 시튼에 대한 무식이 또 한 번 부끄럽다.

 

그들을 살육하고 세운, 물질 문명의 최첨단을 달린다는 나라 미국에 대해 이미 1911년에 인디언의 삶을 연구했던 사우스웨스턴 대학의 C.A.니콜 교수의 "전체적인 면에서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배출해 왔던 문명을 우리가 파괴한 것은 아닌가 두렵습니다." 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어린시절 주말의 명화를 보면서 쌓아왔던 인디언을 미워했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인디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으로 한 체로키 인디언 어린이의 성장을 그린 자전적 소설, 내영혼이 따뜻했던 날과 함께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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