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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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과 유머라. 

 

나에게 이 두 가지의 조합이 문득 느끼함이 당겨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시켜놓고 먹다가는 너무 느끼하다고 '김치 주세요' 처럼 왠지 어색함이라고 할까?

 

신경숙 작가의 작품으로는 '깊은 슬픔'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가슴 적시던 우울이 '바이올렛'에서 정점을 찍으면서 더이상의 우울이 있을까 싶었을 만큼 어쩌면 나에게 이 작가는 '우울'이었는지 모른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단편집을 읽어도, 나는 늘 그녀의 깊이가 다른 우울에 빠졌고, 그 감정에서 헤어나오는데 힘이들곤했다.

 

'이 작가는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구나'

 

신경숙 작가에게도 독자들이나 비평가들의 이런 평가가 부담스럽긴 했던 모양이다.

이번 책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선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작정(?)을 했다고 후기에 밝히고 있는 걸보니.    

 

최고로 많이 웃을 수 있었던(그래봤자 빙그레 정도) 시골 마을의 목사와 스님의 이야기(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음직한), 마지막의 예수가 죽은 것은 알겠으나 정작 그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는 그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할머니 이야기는, 신경숙도 작정하면 재미있을 수 있구나 싶다.

 

그런데 아뿔사, 어쩌나.

처음부터 신경숙에게 박장대소의 유머를 기대한 것도 아니건만, 내가 보일수 있는 최대의 표현으로는 치자면, '호호호' 정도의 유쾌함이었다고나 할까?

미국간 동생을 대신해 매일 아침 엄마와 전화 대화를 하기로 작정한 'J가 떠난 후'나 귀농한 남편을 따라 시골에서 살면서 눈 내리는 겨울 노루 잡으러 나간 아이와 남편을 바라보는 혜순의 이야기, 자식에게 퍼주는 인생을 사는 서로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풍경'을 읽으면서는 웃음이 나기보다는 가슴이 아리해진다.

 

휴가간 제주의 바닷가에서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바닷가 우체국,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친구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모과나무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는 L의 이야기는 차라리 원래의 신경숙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느끼함이 당겨서 까르보나라를 시켰으면 느끼함을 즐기면서 먹으면 될것을, 굳이 그것을 지우기 위해 김치에 청양고추를 달라고 할꺼면 그냥 고추장 스파게티를 먹으면 될 것이지.

 

신경숙 식의 유머를 '달에게'에서 만났나 보다.  

 

 

****한우리 북카페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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