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돌아오실 건가요? - 폐허에서 길어 올린 교육의 희망
왕정중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섯수레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자주가는 사이트에 10년 차를 넘어서는 선생님이 교직을 그만두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유는 의욕이 바닥이 났다는 것이다.

담임을 맡은 반에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를 괴롭힌 가해자를 불러 손바닥을 한대 때렸더니, 학부모가 찾아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학부모는 당연히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먼저 묻는 과정은 생략했을 것이고, 전후사정을 듣고도 자기 아이는 절대로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성내면서 돌아갔을 것이라는 것 쯤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리고 동료 교사들이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적당히 시간만 보내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되려고 했던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후회되고,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식었노라 고백을 했다.

 

아이들에게 학교란, 선생님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반대로 선생님들에 학교와 아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을 떠올려본다.

나를 보면 언제나 '너는 뭐가 되도 될 것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셨던 어린시절의 선생님, 사춘기적 철부지의 반항에 체벌을 하다말고 눈물을 보이셨던 중학교 때 남자 담임선생님, 아이들은 그저 매로 다스려야 된다는 신념을 꿋꿋이 실천하던 학생주임 선생님, 대학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면 안 된다던 선생님, 남학생과 여학생은 같은 공간에서 절대로 같이 있으면 안 된다던 체육선생님....

 

내가 만일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꼭 만나고 싶은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일까?

 

타이완의 가난한 시골 작은 중학교인 솽원 중학교에 첫 부임한 왕정중 선생님도 처음부터 학교가 마음에 들고, 아이들이 좋았던 건 아니라고 했다.

실습 과정의 일환으로 어떻게든 시간만 떼우다가 근무여건이 좋은 도시의 학교로 옮길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큰 애정도, 교육에 대한 신념도 없이 정신없이 보냈던 1년의 시간이 흘러 군 복무 중이던 1999년의 대지진으로 페허가 된 학교를 찾은 왕중정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언제 돌아오실 건가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2000년 4월 아이들의 바램처럼 다시 솽원 중학교로 돌아간 선생님은 이제 아이들과 진심으로 함께 하고자 한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율, 문화예술의 특기 계발, 학습력 신장, 폐허였던 학교 시설의 신축, 떠나기만 하던 아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크나큰 성과를 왕중정 선생님은 이루어 냈다.

 

앞서 이야기했던 교직을 떠나려고 한다는 선생님도 처음엔 왕정중 선생님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었고, 차별 없는 교실을 만들고자 했고, 성적순으로 아이들 평가하지 않으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영어, 수학 성적이 더 중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학원 폭력과 밀려드는 행정업무에 지치기 시작하면서 기어이 학부모와 아이들에 의해 무너지는 교권은 더이상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는 힘마저 앗아갔다고 한다.

 

나는 교직 생활 10여 년을 지나면서 왕정중 선생님도 힘겨운 고비를 겪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선생님들아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정중 선생님은 그무렵 블로그를 통해 옛 제자들을 다시 만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10 여년에 걸친 자신의 노력이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를 본 것이다.

 

엄마들이 모이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진짜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없다.

선생님들을 만나면 요즘 아이들과 학부모가 너무 변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직업으로 교사가 되는 사람이 있고, 교사를 신념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선생님도 아직 많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을 꿈꾸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선생님 돌아오실 건가요?'를 읽으면서 떠오른 책이 있다.

고 임길택 선생님이 쓰신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책이다.

참 스승이라 할 만한 선생님의 책인데 함께 읽어보면 참 좋은 책이라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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