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김혜진 지음 / 푸른영토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아프다. 

심장을 도려내는듯이 아프다.

파헤친 상처에 소금을 뿌린듯 쓰리고, 아리고, 따갑고, 쑤신다.

 

무섭다.

건이처럼 혼자가 될까 무섭다.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잔혹한가?

 

학교 폭력이 학교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당하는 아이만 다치는 수위를 이미 넘어서 버렸다.

그들의 가정이 송두리째 파괴되었다.

이제 사회가 파괴되고 있다.

어제까진 피해자였지만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일이라고, 아이들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큰 착각이다.

어른들보다 오히려 더 잔인하다.

어른들에게 배우지 않았나.

소설이니깐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보다 더 잔인한 것이 현실이다.

 

고시공부를 하던 아버지는 정신이상자로 거리를 헤매다 죽고,

그런 아버지 대신 아이들을 키워야하는 엄마는 생활력이 강하지 못하고,

똑똑하고 공부 잘 하던 형은 어느 순간부터 결손가정의 아이란 이유로 무자비한 청소년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그런 가족들을 지켜보며 자란 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용서가 아니라 복수 뿐이다.

 

가끔 연예인들이 나와서 학창시절 일진이었다고 자랑삼아 떠드는 이야길 듣는다.

가요계를 강타하겠다던 젊은이가 왜 하늘이 널 데려갔는지에 대해 노래하던 친구 이야기를 낄낄대며 재미있다고 떠벌일 때마다, 그의 주먹에 시달렸을 그 아이들에게 가끔은 미안할까 싶었다.

그들은 늘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철 없던 시절의 실수였다고 말한다.

그의 주먹에 시달렸던 피해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시시한 장난이었어. 그래서 지금은 잊었어. 괜찮지?

철없이 한 행동이었어.

정말 그럴까?

 

"내가 알고 있는 한 세상에서 가장 책임지기를 무서워하는 어른들이 모인 곳이 학교였다."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용서는 더 강한 자가 할 수 있는 복수다.

내가 그들을 용서할지도 모른다.

단, 내 방법이어야 한다.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들을 반드시 용서하고야 말겠다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큼이나 별 볼일 없고 만만한 건이네 가족에게 방어벽이 되어줄 그 무언가가 조금만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철저하게 부서지진 않았을텐데.

"누구 없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

현이와 건이, 그의 엄마가 얼마나 목이 터져라 불렀을까.

 

강한자들은 늘 살아남는 모양이다.

참 멋진 모습으로.

 

약자들은 비참한 죽음마저도 왜곡된다

가끔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나오는 신병비관 혹은 우울증, 정신이상자의 묻지마 살인이나 죽음을 볼 때면 현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김혜진 작가가 던진 돌멩이에 맞은 가슴이 심하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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