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 가로세로그림책 2
베르나르 샹바즈 지음, 바루 그림, 양진희 옮김 / 초록개구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유명인 누군가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리틀 누구로 불리며 누구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멘토로 삼아 닮아 가기를 소원하는 사람도 있다.

 

낫시르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빈 라덴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의 주인공 이슬람 소년 낫시르는 아직 어떤 사람이 될지를 선택하지 못한 어린 소년이다.

그러나 누군가와 같은 피부색과 같은 인종, 같은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2001년 9월 11일 그날 이후로 불가촉천민이 되고 말았다.

 

침례교도인 존의 부모님, 이슬람교를 믿는 낫시르의 부모님과 달리 존과 낫시르는 종교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야구 이야기와 낚시를 더 좋아하며, 같은 반 쌍둥이 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좋아는 평범한 소년들이다.

9월 11일 새학년이 된 낫시르와 학교 아이들은 동물원 견학 중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사건은 아이들이라고 비켜가는 것은 아니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생생하게 중계되는 끔찍한 장면들은 낫시르에겐 밤마다 악몽으로 나타났고, 존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존이 걱정된 낫시르가 편지를 보내보지만 탄저균에 감염된 우편물이 배달된다는 이유 때문에 낫시르의 편지를 존이 열어보진 못했을 것이다.

결국 존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침례교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전학을 가고, 훗날 농구장에서 우연히 만난 존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부모님 때문에 더이상 어울릴 수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왜 나만 안 돼? 페드로와 첸은 괜찮고?"

"너희 아빠가 이슬람교도라서 그래!"
"내 이름은 낫시르야, 빈 라덴이 아니라고!"

 

10년이 지난 2011년 5월 1일 낫시르의 스무 살 생일 파티에 어릴 적 친구 페드로, 바리, 첸 그리고 야구부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의 왔다.

그날 밤 빈 라덴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라운드 제로에 가서 기쁨에 넘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바리와 함께 낫시르도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혹시라도 존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

 

9.11의 비극이 어떻게 어른들만의 비극이었겠는가?
우리는 큰 사건이 터지면 의례껏 어른들만의 일이라고 여겨왔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들일지 모른다.

낫시르가 악몽에 시달리고, 아랍 놈이라고 욕을 들어야 하고, 테러범으로 체포되는 가족과 이웃을 보는 것도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존의 부모처럼 선택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존과 낫시르처럼 선택권 조차 없다.

 

이 책을 쓴 베르나르 샹바즈는 프랑스인으로 역사학자이면서 소설가로 이 책은 9.11을 우리가 알고 있는 CNN식의 미국 입장으로만 이해하기 보다는 뒷면에 숨은 이야기를 책 곳곳에 사진과 설명을 덧붙여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단지 9.11만이 아니라 1991년 걸프전이 일어났던 이라크, 팔레스타인을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이 실제로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 석유 재벌들의 이익을 위한 전쟁이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들이 이슬람 국가들을 자극한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존과 낫시르.

그들은 이제 생김새가 달라도, 피부색과 종교는 달랐지만 낚시와 야구는 같이 좋아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들도 부모가 되어 자신들을 닮은 리틀 존과 리틀 낫시르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도 자신들과 똑같은 아픔을 물려주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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