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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숭미에 살어리랏다 - 배반의 역사 수구의 로망
정운현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데는 하루면 충분했건만 책에 대해 쓰는데는 이렇게 힘이든다.
책이 주는 무게 때문이다.
나는 안중근 의사의 무덤이 사후 10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비어 있다는 사실,
그의 시신이 묻힌 가묘는 이제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순국 직전 조국이 광북되면 자신의 유해를 조국으로 옮겨 묻어 달라 유언했다 한다.
--20쪽--
그는 조국을 위해 주저함 없이 목숨을 던졌다.
그러나 독립된지 60년이 넘었건만 그의 아주 작은 유언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조국은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가?
부끄럽지 아니한가?
부끄럽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다.
임시정부 산하에서 독립군으로 활약하던 그 많던 젊은이들은 어디에 묻혔는지도 알길이 없으니 하물며 그 후손들은 어디서 무얼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백범,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을 테러리스트로 부르는 얼빠진 인간은 도대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독립군을 잡으러 다니던 만주군이 되기 위해 '진충보국' 혈서까지 바치고, 일본 육사에 입학 황군 소위 계급장까지 달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훗날 대통령으로 장기집권에, 그의 딸은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로 활약하다 지금은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대통령 당선을 눈앞에 두었다.
그의 아들 박지만씨는 친일인명사전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시켜 달라는 '게재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유는 부친이 '일본군'이 아닌 '만주군'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주군은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고 세운 만주국의 군인이며 당시의 만주지역 최고통치권자는 관동군 사령관이었으며 만주군은 이 관동군의 휘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만주국의 연호가 대동인데 최규하 전 대통령이 졸업한 대동학원의 대동이 바로 여기서 따온 것이란다. --180쪽~181쪽--
그의 가처분신청으로 인해 오히려 숨기고 싶은 그의 과거는 더 철저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그는 과연 효자이긴 한가?
그의 가처분신청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 측으로 부터 암살 당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장준하 선생의 아들이 공개편지를 보냈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만 씨의 이름이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아버님의 의문사 이후 학업을 중단하고 낮에는 가게 점원으로 밤에는 포장마차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던 시절.....1980년 5월을 훈련소에서 보내고 전방에서 사병 생활을 하던 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되었다는 지만씨.....싱가포르에서 마약중독자 상담원으로 일을 하던 당시에 지만씨가 마약중독으로 치료감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통해서였습니다.......나는 지만씨의 아버지는 일황에게 충성을 바쳤던 일본군이었고, 내 아버지는 일제와 맞서 싸웠던 독립군이었다거나, 지만 씨의 아버지는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였고 내 아버지는 민주와 통일을 위해 목숨을 바친 민족주의자였다는, 또는 지만 씨의 아버지는 부정한 재산을 남겨 주었지만 내 아버지는 깨끗한 동전 한 닢 남겨준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185쪽~186쪽---
나는 이 편지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기록하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장준하 선생의 아들이라서만이 이렇게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윤봉길의 후손, 안중근의 집안,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이름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과 만주와 간도땅을 떠돌다가 고려인이 되었고, 조선족이 된 수많은 이들이라고 다른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다.
이 책은 지면의 절반을 지금의 MB정부와 보수주의자들이 나서서 우상화하고 있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백선엽을 위시한 만주군관학교를 통해 형성된 인맥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장악했는지를 파헤치는데 할애했다.
우리가 궁금해 하던 내용이다.
어찌 그렇게들 반성이라곤 없이 떵떵거리며 권력을 누리며 살았는지 그리고 죽어서는 현충원에 묻힌 민족반역자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씨가 현충원에서 다른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고 구설수를 만들고 싶어하는 언론들이 있다.
이런 보도를 한 동아일보의 사주 김성수는 징병과 학병을 찬양, 선전 선동한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에서 이사로 활동, 동생 김연수는 중추원참의, 만주국 명예총영사를 비롯한 친일단체 간부로 활약했다.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는 일제에 헌금은 물론 조선신궁봉찬회, 조선대아세아협회, 경성군사후원..... 다 언급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장지연의 친일행위가 인정되어 건국공로훈장이 박탈되자 조선일보의 고문이란 분이 이런 칼럼을 냈다.
'이 상의 명예가 사라졌기 때문에 상을 반납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내용이다.'
---108쪽--
이분이나 이런 내용을 칼럼이라고 싣는 조선일보는 민족보다 개인이 영달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시한 세력들이 문재인씨 같은 사람들을 음해하는 이유는 지금의 친일, 숭미주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을때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일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제목이 숭미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친일과 숭미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다 같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멀리갈 것 없이 MB를 보시라.
단적으로 이완용을 모두들 뼛속까지 친일파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이완용은 일신의 영달에 유리한 쪽으로 수없이 변신한 배신의 귀재다.
중국(당시 청)의 힘이 셀 때는 친중, 아관파천으로 러시아가 득세할 때는 친러,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자 친미, 일본이 득세하자 친일로.
우리 주위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이완용이 득세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얼마전 KBS에서 보도된 백선엽, 이승만 우상화 프로를 보면서 역사가 올바로 기록되지 않으면 어떤 비극이 발생할 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었단 생각이 들었다.
정훈현씨가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부친과 관련한 질문에 박근혜씨가 자주 하는 말이있다.
'역사가 평가하게 두자'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평가를 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 책이다.
현대사에 대해 관심있는 청소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