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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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책입니다.

왜냐고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출판된 그림책을 찾아보신 분이라면 백퍼 공감할 겁니다.

책이 없어요.

 

얼마 전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북페스티벌 (이것도 왜 책 축제라 하지 않는지 의아하지만)이 열렸습니다. 저도 작은 도서관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에 제3세계 그림책을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물론 중간에 포기했지요. 책이 없어요. 지역 도서관을 다 뒤져도, 서점은 물론 중고 서점을 다 뒤져도 책이 없습니다. (대부분은 절판이고요.)

 

작가 강연회에서 만난 출판사를 운영하신다는 작가님께 여쭤봤습니다.

왜 책이 출판되지 않을까요?

당연하고도 당연한 대답.

안 팔려서요.

그런데 독자 입장에선 '보고 싶어도 없어요'거든요.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비룡소나 창비 같은 큰 출판사에서 가끔은 출판인의 책임감으로 안 팔리는 지역의 그림책도 출판하면 안 될까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대형 출판사도 아닌 '도서출판 지양사'에서 돈 안 될 줄 뻔히 알면서 라틴 아메리카 작가의 그림책을 출판했습니다. 이쯤 되면 입에 거품 물고 칭찬해야 할 일 아닐까요? ㅎㅎ

 

각설하고 라틴 아메리카에선 '파블로'란 이름이 참 흔한 모양입니다. 옛 시절 우리나라의 철수와 비슷한가 봐요. 왜냐하면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 파블로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칠레에 살고 있는 여덟 살 파블로의 아버지는 구리 광산의 광붑니다. 칠레의 파블로가 살고 있는 집 풍경이 풍요와는 거리가 머네요. 아마존 밀림에서 열매를 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에콰도르의 파블로는 아주 외롭게 사나 봅니다. 아르헨티나 소년 파블로는 군사정권의 압제를 피해 멕시코에서 살고 있답니다.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진 친척과 친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답니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파블로도 있네요. 가이아나에서 온 이민자인 파블로는 삼촌 부부의 단칸방에서 머물고 있는데 이들 가족들은 12시간씩 교대로 집에 머문답니다. 그럼 나머지 12시간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길거리에서 보내야 한다네요.(충격입니다.) 페루의 작은 시골에 살고 있는 파블로. 그들의 옷차림과 대화에서 가난이 묻어납니다. 도시의 제일 큰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는 리오 데 자네이로 빈민가의 소년 파블로도 있습니다. 학교에 가져가야 할 학용품이 없어 학교에 갈 수 없답니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화물 열차 지붕에 올라탄 파블로.

 

이 아이들의 심장도 뛰고 있습니다.

지구의 다른 모든 파블로들처럼요.

 

마음이 무척 우울해지는 책입니다.

나만 잘 살고자 했던 저를 반성하게 한 책이기도 하고요.

 

라틴 아메리카의 아이들이라도 다 파블로처럼 가난하진 않습니다. 돈이 많아도 너무 많은 소년 파블로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가난한 파블로에겐 관심이 없지요. 같은 심장을 가졌는데 말입니다. (그게 비단 라틴 아메리카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 책의 부제가 '세상의 한가운데서'입니다.

세상이 부자들만의 것은 아니지요.

이 아이들도 세상에 존재하고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있어야 하고요.

 

그런 세상을 위해 여러분들은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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