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김영진 그림책 5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영 작가와 함께 지원이, 병관이를 살아 숨 쉬게 만들었던 그림 작가 김영진 님의 다섯 번째 그림책이었던 『피아노 치는 곰』의 개정판 『엄마는 왜?』 입니다.

 

『피아노 치는 곰』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이 책이 우리나라 판 『돼지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아내는 언제나 아이들과 남편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

 

뭐 멀리 갈 것도 없지요.

저는 요즘 제 주위의 남자들 밥해주다 죽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 세 끼를 드시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 줄 아시는 친정아버지. 저녁만큼은 뭔가 정성 들인 음식을 먹지 못하면 절망하는 남편. 가끔 내가 밥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닐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오래전엔 참 미친 듯이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미르와 그린이 엄마처럼 말이지요.

이젠 그 짓 그만하고 싶습니다.

 

지난주, 남편이 며칠 쉬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가장 무서운 게 남편이 집에 있겠다는 말입니다. 어쨌거나 잔심부름도 짜증 나고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해 동네 도서관으로 피신했습니다. 오전에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없고 조용해서 그동안 못 본 그림책들 실컷 읽어야지 했는데.

삼십 분도 안 지나 고장 난 냉장고 수리 온다고 서비스센터 기사 님이 전화를 하시네요.

 

엄마도 싫고, 사모님도 싫고, 마누라도 싫고, 딸도 싫은 날이었습니다.

 

좋은 엄마, 아내는 과연 누구에게 좋은 걸까요? 엄마도 하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요?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뒤치다꺼리 하는 거 말고요.

 

엄마는 왜는 그렇게 살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곰으로 변해버린 미르와 그린이 엄마가 오래도록 해보고 싶었던 피아노를 배우면서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으로 더 멋진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개정판이 나온다고 했을 때 살짝 예상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피아노 치는 곰』의 결말이 사실 당혹스러웠거든요. (이거 뭐니? 겨우 이거야? 결국 똑같잖아? 등등)

 

예전에 좋은 책으로 인정받던 책들이 요즘 재평가 받으면서 뒤로 밀려나는 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도 그림이 좋아서 참 좋아했던 책인데, 권윤덕 작가의 『만희네 집』의 경우 성 역할이 너무 올드하죠.

 

김영진 작가가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말을 수정했다네요. 이번 개정판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두 책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