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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존 버닝햄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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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의 새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바로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면」입니다.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고? 진짜 호랑이가? 호랑이가 어떻게 글자를 알지? 호랑이가 사람 말을 할 줄 안다고? 책 읽어 준다고 하고 우리를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호랑이 옷을 입은 아빠가 아닐까? 야, 너 잡아먹히기 전에 얼른 도망가....
우리 도서관에 오는 에드와르도를 똑 닮은 태규가 쉬지 않고 내뱉은 말입니다.
아직 책도 펼치기 전 표지와 제목만 보고 이 정도 반응이면 이 책이 대박인 거 인증입니다.
존 버닝햄은 몇 년 전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로 선정된 적이 있을 만큼 인기 있는 작가지요.
저도 도대체 우리 집에 존 버닝햄의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싶어 찾아봤더니 열 권 정도나 됐습니다. 그렇게나? (이 중에서 우리 할아버지는 남편이 자꾸 없애 버려서 세 번이나 산 사연이 있습니다.)
아직 그림책의 매력을 모르던 시절 존 버닝햄을 저에게 소개해준 건 큰아이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그림책을 뒤적이다 집에 꼭 들고 가자며 가슴에 품고 온 책이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였습니다.
에릭 칼의 그림처럼 색상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권혁도 선생님의 그림처럼 세밀하게 그린 것도 아니고, 상상인가 하면 또 현실 같은 그 이야기도 뭔가 허술한듯한데 저 아이는 존 버닝햄의 책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걸까 참 궁금했습니다.
막둥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단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머리, 배는 기본으로 눈, 다리, 심지어는 발바닥이 아파 걸을 수 없는 지경까지. 5학년이 된 지금 '사실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어서 아팠으면 싶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진짜처럼 아프더라'라고 고백합니다. 「지각대장 존」의 마음도 이 녀석과 같았겠지요. 존 버닝햄은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나 잘 아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지금은 저도 존 버닝햄의 책들 중 최고의 책으로 꼽는 『지각대장 존』과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는 책 읽어주기 할 때 빼먹지 않고 꼭 읽어줄 만큼 애정 하는 작가가 됐습니다.
어린아이가 대충 그린 듯한 허술한 그림과 색채,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들, 책을 펼치면 금세 빠져드는 환상의 세계, 그리고 단순하지만 반복되는 문장이 아이들을 책 속에 빠지게 만드는 그의 매력인가 합니다.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면』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호랑이를 만날 일도 없지만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고요?
캥거루랑 원숭이랑 같이 놀 일은요?
사자랑 점심 먹을 일은?
악어나 독수리를 애완동물로 키울 일은? 악어를 키우면 산책은 어떻게 시켜야 할까요? 갑자기 걱정이 팍 됩니다. 심술쟁이 아기에게 '퍽' 맞는다면 나도 아기처럼 한 대 '퍽' 쥐어박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 수도 없고, 아, 진짜 체면 구기는 건데 어떻게 하면 좋지요?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이야기가 끝이 나질 않습니다.
존 버닝햄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나 멋진 책을 또 선물하셨네요.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면』 이 책 속에 존 버닝햄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의 군데군데 숨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존 버닝햄의 베스트 컬렉션에 추가하기에 망설임이 없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