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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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만나는 제주 4.3의 생존자 진아영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 「무명천 할머니」

 

 

 

 

 

아픈 얼굴은 무명천으로 가렸지만 4.3의 비극은 70년이 지났지만 결코 가릴 수 없습니다.

 

 제주의 두 얼굴.
아름다운 휴양의 섬, 그리고 4.3 학살
이 두 개가 과연 공존이 가능한가?

내가 제주의 4.3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삼십 년쯤 전 대학 신입생 때였다.
선배들이 읽어보자고 한 불온서적(그때는 군사정권의 살벌한 분위기가 있던 시절이라 소설도 곧잘 불온서적으로 분류되곤 했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에서였다. 소설의 내용도 놀라웠지만 그게 실화라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제주 4.3을 이야기하는 사람 자체도 드물었지만 그것마저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 후로 해마다 4월이면 제주에서 학살된 양민들을 떠올리며 좀 더 나은 민주화된 세상에서 그 진실이 밝혀지길 바랐다. 최루탄 날리는 아스팔트 위에 누워서.

모양도 없고, 색깔도 냄새도 없는 이념이란 것이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 갈 만한 것인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재판도 없이 대량 학살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장정들은 벌써 죽였고, 젖먹이 아기를 안은 여인도 죽이고, 등이 굽은 노인도, 어린 소년도 소녀도 총에 맞아 죽고, 칼에 찔려 죽고, 불에 타죽고, 생매장 당해 죽고, 굶어죽고, 추위에 얼어 죽은 섬사람들. 그리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빨갱이로 몰려 무명천 할머니처럼 살아도 산 사람이 아니게 숨죽이며 산 세월이 벌써 70년이라니.
아직 그 학살의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그때 희생 당했던 가족을 둔 사람들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살아남은 사람들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니 더 안타깝다.

 


 

그 섬에 다시 꽃이 피고 사람들이 찾아 들지만 그날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70년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둘째가 제주로 떠나는 수학여행에 기분이 들떠 있다. 입시로 지친 몸도 마음도 푹 쉬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자유도 맘껏 누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여행에서 아주 잠깐이지만 자신이 보고 있는 꽃과 나무 아래 가려진 4.3의 아픔도 돌아보고 오길 바란다.

더불어 지금 누리는 평화가 그 아픔에서 온 것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삼십 년 전, 제주 4.3 이야기가 그때도 벌써 전설처럼 들렸는데 또 다음 세대에선 잊힐까 걱정이다.
수학여행 전에  「 무명천 할머니」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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