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 신경림 - 다니카와 슌타로 대시집(對詩集)
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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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대화를 나누다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 일인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이 서로의 감정을 말이 아니라 시로 주고 받는다니 책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몇사람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쓰는 시를 '연시', 둘이서 짓는 시를 '대시'라고 한다는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서로 시를 지으며 논다니, 정말 고상하고 우아한 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시 챕터에는 일어와 한국어가 한페이지에 담겨있었다.

일어를 잘아는 사람이라면 일어로 쓰인 시를 본인의 느낌대로 번역해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은 너무 나이가 드셨어

-중략-

심술쟁이 아이들이 군홧발로 그걸 짓밟아도

못 보시는 걸 보면-

 

이라는 신경림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울컥했다. 어디 나이 드신지가 한두해겠나

 

상대 시인이 일본 사람인데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는 안나오겠지 했는데 

 

할아버지의 평생의 꿈은 나라의 개화

그때 이웃이 힘이 되어 주리라 믿었다가

그 이웃이 도둑이 되는 걸 보고

-후략-

 

이 시를 받았을때 번역하는 분도, 상대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도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하다.

왜 친구사이에도 정치, 종교는 논하면 안된다고 하지 않나.

일본사람에게 이런 시라... 

 

2014년 1월 부터 6월까지 나눈 대시에는 세월호의 아픔도 담겨 있었다.

 

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

-중략-

온 나라가 눈물과 분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

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이라는 시를 읽으면 그 때의 아픔이 전해져 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 때 나는 자신이 무력하다는것을 얼마나 뼈저리게 느꼈던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기도하는 법 밖에 모른다는 것을.

 

이에 대해 다니카와 슌타로는

 

상상력으로조차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괴로움

시 쓸 여지도 없다

 

라는 말로 위로를 건넸다.

 

그 위로의 말을 듣고 우리는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그저 같은 하늘아래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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