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나도 우리는 그 전과 물리적 • 정신적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아직 코로나 19와 사는 것도 낯선데 뉴노멀이 어떻고, 관리하기 힘들 인공지능, 계속 될 전염병들, 그리고 장마로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 기후위기까지 생각해야할 당면과제들이 너무 많다. 이 모든건 혼재되어있는 문제여서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 시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나는 회의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새로운 시대에 살아갈 내 윤곽이 흐릿하게 보였다.저자는 민주주의와 과학을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19 방역을 잘해내고 있는 건 의료진들의 희생과 더불어 무엇 덕분일까? 국가•사회•민족 • 영토와 같은 보이지 않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무언의 합의에 대해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탈환한 경험, 직접 민주주의 ‘거버넌스‘를 실감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와 과학이라니 얼핏 듣기에 당연히 모두가 누리고 있는 현실같지만 우러러보던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하는 사례를 보며 당황한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가 행하지 않는 모든 일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증거를 눈 앞에 들이밀어도 신뢰가 선행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코로나 세상은 보여줬다. 앞으로의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필요한 사상과 앎 역시 지금과는 , 근대의 서양의 사상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탈근대의 선봉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19 이후 , 인공지능 , 기후위기의 세계에 관해 해석할 텍스트도 분석할 비교군도 없다. 단지 우리가 행했고, 행한 그리고 행한ㆍ 일들로 총체화할 수 있는 창조의 순간이 온 것이다. 미래를 위한 대비가 아니라 준비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세하고 실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전면적인 생각틀의 변화가 시급한 지금 코로나 19는 그 변화의 단초가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