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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ㅣ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기계종족은 인간을 다 쫓아내고 도시를 장악한다. 인간의 상상,망상 능력을 두려워한 그들은 인간이 소설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돼지치기인 요닛에게 마을 촌장님은 요닛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리처드라는 이름의 기계 조사관을 데려오며 숲안내를 부탁한다. 최근 숲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기계인간 리처드. 가위바위보도 기계에게는 지면 안된다는 요닛과 인간은 비효율적이기 그지 없다는 리처드. 이 둘의 조사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두구두구.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은 써드. 요새 눈물이 많아졌는 지 중간 중간 울컥했다. 요닛과 리처드가 위기를 헤쳐나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데 얼마나 흐뭇하던지 광대를 잔뜩 올리고 읽었다. 나도 무척 재밌게 읽었고 어른들도 분명 즐길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은 역시 청소년들이 많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인간이 책 읽기를 금지당한 시대가 배경이라 요닛은 실제로 책을 만져본 유일한 사람인 참새 구이집 할아버지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접한다. 할아버지는 첫장 만 읽고 빼앗겨 다시는 읽지 못한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을 보고 싶어한다. 이렇게 <써드>는 자연스럽게 읽는 독자에게 <노생거 사원>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닥터 프랑켄이라는 기계인간이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나는 <써드>라는 제목의 의미를 깨달으며 소름이 끼쳤다. 할아버지에게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요닛은 그의 이름을 보고 닥터 프랑켄의 음모를 깨닫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문학은 이렇게 써먹을 곳이 많다! 이렇게 작가님이 자연스럽게 여러 책을 언급하셔서 다른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좋았다. 나도 청소년 때 누가 읽으라고 시킨 책보다 책에 언급된 책을 찾아 읽는 게 더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써드>의 이런 언급이 너무 즐거웠다. 인간과 기계종족, 그리고 미래에 새롭게 태어날 ‘세 번째’ 종족까지 함께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는게 우리의 당면과제임을 책은 은은하게 설파한다. 그 방법은 인간이 기계인간에게 햇듯이 도구처럼 대하는 것도 아니고 기계인간이 인간을 비효율적이라고 무시하는 방식도 아닐 것이다. 인간이든 기계인간이든 써드이든 우리는 효율과 지성만을 쫓는 존재가 아니니까! 우리는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니까. 리처드와 요닛이 앞으로 인간기계공동 수사를 펼치면서 둘이 무너뜨릴 종족사이의 벽을 기대해본다. 아. 또 좋았던 점은 풀컬러의 그림이 들어있어서 읽는 재미를 up! up! 이번 주에 조카네 놀러가면서 챙겨가서 보여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