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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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괜찮은 남편과 괜찮은 직업을 소유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하늘 아래 주인공과 자신, 꼭 단둘만 가족이라던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던 중 어렸을 적 자신을 버리고 집을 떠난 아버지가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 말이 있다며 계속 연락을 취해오는 아버지의 전화는 주인공이 어릴 적 엄마와 떠나오기 전 살았던 경기도 광주의 작은 동네를 기억 저편에서 건져낸다. 그 시절 어머니는 어린 주인공의 눈에도 퍽 의뭉스러웠다. 동네 사람들과 일체 인연을 맺지 않고 등하교를 함께 하며 언제나 그의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어머니에 주인공은 실종 ‘당하고‘싶은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사랑하기에, 그리고 그의 사랑을 알기에 주인공은 과거에도 작은 동네를 떠나온 이후에도 ‘왜‘라는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어머니 역시 과거 이야기를 삼간다. 그 이후에 계속된 삶에서도 언제나 중요한 건 주인공의 현재와 미래의 안온과 안전이었다.
소설에는 과거와 현재에 사라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의지로 실종된 여성들과 타인의 의지로 실종된 여성들이 있지만 이 둘의 차이는 무의미해 보인다. 주인공은 과거와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그건 더 이상 사라짐을 갈망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엄마와 딸의 이야기 그리고 모든 세대에 걸쳐 자아의 억압을 받아온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꿈이 있던 여성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사회가 인정한 궤도 안에 착륙한 여성들이 ‘선택했다‘는 윽박과 비난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았다. 그것이 자유롭게 이뤄진 선택이라면 그것의 결과가 내 인생이라면 왜 우리는 사라지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가. 주인공은 기억 속 어머니에게 반기를 든다. 어머니는 어쩔 순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어떤 선택은 운명이라 하지만 주인공은 의문을 품는다. 후회스러운 일을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 인생이 좋은 인생이라 말할 수 있겠냐고.
결말에 이르러 과거와 그리고 기억과 맞부딛힌 주인공은 모든 걸 알게 되지만 사실 아무것도 새로이 알게 된 것은 없다. 주인공은 이미 보았고 느꼈고 알고 있었으니까. 어른이 되어서 자신이 이모가, 엄마가, 그때 그녀가, 윤 이소가 걸었던 길을 걸을 예정이었으니까.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될지 몹시 궁금하다. 우리의 기억은 작은 동네 같다. 새로운 기억은 그 위로 소복이 쌓일 뿐 동네의 경계가 확장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과거를 마주하는 것은 오늘과 미래와 마주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많은 게 맞을지도 모른다. 내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

손보미 작가님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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