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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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죽이고 괴이와 맞서고 귀신이 나오고 뒷통수에 사람이 살고 싸우고 사랑하고 울고 웃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에 겪었을 사건들이어서 (정말?) 즐겁게 읽었다. 매번 일본 학생들이 유키짱! 신발장 앞에서 만나자쿠! 하던 소설만 읽어온 장르팬으로서는 한국학교가 배경/인 이번 앤솔로지가 너무 반가웠다. 각 단편들이 정제되지 않은 거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속도제한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이 이야기들이 진행됐다. 디테일한 설정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더 긴 호흡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재밌었던 단편은 <신의 사탕> 편이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전학생인 나는 열심히 음악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걸어 쳐다보니 학우의 뒷통수에 달린 얼굴이었다! 하는 내용이다. 음, 굉장히 이상하다. 소설이란 대단한게 전혀 없을 법한 이야기에서 현실을 관통하는 주제를 뽑아낸 다는 점이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 정말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분명 각 단편의 저자가 다른데도 결국 한 사람의 독자인 내가 모든 단편을 읽으며 배경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빠르게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지냈던 학교가, 우리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비슷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학교에 지금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주제로 단편을 써봐라 하면 어떤 소설이 나올지 궁금하다. 여전히 비슷한 정서를 공유할 지 아니면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소설이 나올지말이다. 황금가지가 앞으로도 재미있는 앤솔로지 많이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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