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 루시아 벌린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야기가 단편처럼 펼쳐져 있지만 들여다보면 시간이 뒤죽박죽 섞여서 그녀의 유년시절, 그녀의 결혼, 그녀의 직장에서의 경험 등등 그녀의 삶이 일부분의 순간이 담겨져 있다.이 소설을 통해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 고단한 인생이었겠구나 싶다. 가난한 어린시절, 폭력적인 가족 구성원, 실패한 결혼, 쉽지 않은 직장 생활 등 그녀의 삶은 매번 평탄치 않게 흘러간다.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괴로움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아주 시니컬하게 묘사한다. 만약 이 이야기의 서술자를 의식하지 않고 사건만을 따라가서 읽는다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는 생각운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이 든다.그만큼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감정을 호소하지도 독자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그냥 나는 이런 경험을 겪었고 이 고단한 경험들은 그저 내가 겪어온 삶의 일부분임을 보여준다. 계층과 인종차별적 간극들이 무수하게 깔려있지만 이것을 비참하거나 아님 바뀌어야할 모습들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이런 일들을 겪지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냥 이런 경험들 속에서 사는 거지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허무하지만 이게 현실이다라는 느낌의 경험들이 계속해서 보여진다.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이야기들이 허무주의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속에서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는 한편으로는 때로 강렬하게 느껴진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찬란하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작가 루시아 벌린은 이혼을 하고 싱글맘으로 청소부, 교사, 병원 등 여러 곳에서 일을 했는데 곳곳에서 묘사된 그녀의 모습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어렵고 우울한 환경 속에서 과잉된 감정의 묘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고단함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청소부 메뉴얼에서는 그녀가 청소부일을 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치매 증상이 보이는 고용인의 집에서 진절머리가 나올법한 그 순간순간을 버티며 일을 한다. 자신의 집을 청소부에게 맡기는 고용주들은 의심도 많아서 잔돈을 집안에 방치하는 식으로 청소부를 테스트하면 된다는 소문을 퍼트렸지만 그녀를 비롯한 청소부들은 고작 쓰레기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물건들을 훔칠 뿐이었다. 그들이 훔친 물건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일을 끝낸 하루의 증거와 비슷한 느낌의 것들이었다. 그리고 시간의 간격이 긴 버스들은 부유한 동네의 자가용과 대비되는 가난한 이들이 타고 다니는 이용도구이다.청소부 메뉴얼에서는 부유한 집의 청소부로서 해야 할 일들이 보여지면서 청소부들이 어떠한 도구로서 기능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불친절하고 제멋대로인 버스의 모습들을 통해 가난한 이들이 향유하는 모든 것들이 적대적인 느낌을 받는다. 청소부 메뉴얼에서는 결코 좁혀지지 않을 계층간이 모습들이 군데군데 드러나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에 대한 원망의 모습보다는 받아들이고 그저 청소부인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또 그녀의 책에서 호랑이에게 물어뜯기다에 실린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공장과 비슷한 곳에서 동물마냥 낙태를 받는 여성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치료시설이 아닌 곳에서 여러명이 순번대로 낙태를 하는 모습은 굉장히 끔찍했다. 그녀가 짐작한대로 그곳은 누가봐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법한 여성들의 최악의 상황에서 찾은 차악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낙태를 하는 곳을 찾은 이유는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부모님이랑도 사이가 엄청나게 틀어진 상태였고 아이를 임신한 상황에서 남편과 갈라서면서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 공장과 비슷한 곳에 왔지만 낙태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어린 소녀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수술을 끝내고 피를 많이 흘리며 쓰러진다. 저자는 끝내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을 읽고 읽고 나면 우리가 매순간 겪는 그때 당시에는 끔찍하고 때로는 치욕스럽게 느껴지는 일들도 그때뿐 우리의 삶은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되는 것을 보여준다. 삶이 고단하고 서글플지라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 한 사람이 겪는 일상의 경험들은 매우 다양하게 펼쳐진다. 루시아 벌린이 보여주는 삶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 역시 그녀처럼 매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