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Dear 그림책
미하우 스키빈스키 지음, 알라 반크로프트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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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볼로냐 라가차상 수상작,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푸르른 커버를 보았을 때 이 그림책이 전쟁이 배경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939년 전쟁이 발발하던 시기가 배경임을 알았을 때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 이런 배경을 선택했을까?



연두빛 잔디밭에 울창한 숲, 뭉게구름, 푸르른 하늘을 보고, 그 어느 누가 이 그림책이 전쟁이 배경일 것이라 예측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들이 유화로 그려져있어 분명 묵직한 주제일거라 약간은 예측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커버를 들춰보았을 때 번뜩 들었던 생각은, 모티브가 된 일기장의 커버가 이런 그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책을 포장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약간 바랜, 혹은 노르스름하게 손때가 뭍은 듯한 책 포장지의 느낌이 있다.

순전히 혼자만의 추측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맞지않을까??



전쟁시기 2학년 올라가는 조건으로 하루 한줄씩 써나간 일기.

이 일기를 일기의 주인공은 오랜기간 간직해왔다고 한다.

노르스름해진 커버하며 중간에 어쩌다 접힌 부분이 그러한 느낌을 살려준다.

그리고 한글자 한글자 꼭꼭 눌러 글씨를 썼을 때 종이 뒷장에 남는 흔적까지 면지 오른쪽 페이지에 표현하였다.

사진으로 잘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지 컬러톤이 일정하지 않음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듯 하다.



일기는 한 장면의 그림과 날짜, 한줄의 글로 재탄생하였다.



밝은 연두빛에 칠흙같이 어둡게 표현된 그림자.

여기에도 혹시 어떤 의도가 있는걸까?



1939년 당시, 1학년.

생동감 넘치는 그림 한쪽의 쓰여진 일기는 이러하다.

커다란 애벌레를 발견해서 정원에 놓아주었다.

여기저기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소년에겐 작은 생명체도 소중하다.

그 순수함이 전쟁의 슬픔을 더해주는 느낌이랄까?


중간 중간 한줄씩 눌러쓴 일기사진이 들어가있다.



대체로 연두빛의 밝은 그림들이지만 소년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거나 걱정되는 상황일 때는 그림도 약간 어두워지는 느낌이다.



아빠가 등장하는 장면은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아빠를 만나면 반가울만도 한데 이상하게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아빠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은 어두움이 차지하는 공간이 특히나 더 크다.

아마도 아빠와 헤어지는 아쉬움, 아빠가 전쟁터로 나간다는 불안함 때문이 아닐까?


전쟁이 시작되고 그림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어린 소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소년이 쓴 간결한 문장이라 오히려 독자들에게 그 파급력이 더 크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대포 쏘는 소리가 들린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심경...


마지막 장면에는 글귀가 없다.

검은 연기 기둥만이 무성하게 솟구친다.

검은 연기기둥이 온 하늘을 채우고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 한다.

괜시리 마음이 무겁다.


이 책은 면지정보까지 읽어야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것 같다.

빠뜨리지 말고 꼭 읽어보시길...


그리고 소년의 연필그림흔적...



사실 우리는 전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실상 우리나라는 세상에 유일하게 전쟁중인 나라, 오랜기간 휴전중인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간다.

이 책을 통해 전쟁과 과거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 읽고 보니 왠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것 같지만 아이와 읽어도 무관할 것이다.

실제로 나는 6살 딸과 함께 읽었다.

우리나라가 휴전중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전쟁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일상을 앗아갔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상처들에 대해서...

나도 모르지만 아이도 잘 알지못하기에 우린 뭔가 통하는 것 같았다.

책에서 그치지 말고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면 더욱 가치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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