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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소년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4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이라고 푸르지만은 않다. 원래 꿈꾸는 자들은 고달픈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소년의 이름은 ‘지니’. 흔히 기억하는 램프의 요정 지니와 같은 이름. 소년의 추억 속, 부모님과의 기억들 몇 장면을 읽어보면 지니라는 이름이 의미 없이 붙여지진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자신이 받아들여짐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 긍정의 기억으로 사회를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지니의 지금은 그런 밝은 쪽이 아니다. 부모님에게 아이는 더 이상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닌 것처럼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니는 열다섯이다. 책 속에는 고등학생으로 나오지만 우리나라 나이로는 아직 중학생이다. 많아 봤자 고1 정도. 지니의 책 속 말들은 고등학생보다는 중2 정도로 생각하며 읽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중 2병과 사춘기. 그 어디쯤에 지니가 있다. 생각 없어 보이는 사춘기 아이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은 아이. 따뜻함을 누려본 아이, 따뜻함이 그리운 아이. 버릇없는 말투로 매를 벌지라도 어른에 대한 기대를 남겨 둔 아이.
간결하고 짧은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남겨서 읽을 수가 없었다. 예측 가능한 ‘권선징악’의 어린이 동화를 읽기엔 유치하고, 그렇다고 두껍고 긴 호흡으로 내용을 연결하여 단어를 유추하는 독서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청소년을 위한 도서. 청소년 도서를 읽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설픈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청소년들이 느끼기에 적절한 양과 질로 교훈을 포장해서 보여준다. 잔소리가 아닌 은근한 포장, 잘 포장된 책이다.어른들 몇과 두 명의 청소년이 보인다. 어른들은 모두 이 아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어두움과 어둡지는 않음으로 차가움과 미지근함으로. 한마디의 말로 소년을 울컥하게 하는 어른을 오랜만에 만난 소년은 마음이 달라졌다.어떤 어른으로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할까.지니의 이웃들이 정말 지니의 생각처럼 무관심했을까. 혹시 지니가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으면서 가진 편견이 아니었을까. 내 마음 같지 않은 관계들로 받은 상처가 모든 것을 불신하게 허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 책은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게 한다. 가시 숭숭 박힌 말과 행동 안에 그럼에도 사랑이 있을 수 있다고, 가족의 일에 참여할 수 있으니 그들의 뾰족함 안에 담긴 부드러움을 알아달라고 말해준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의 엄청난 사건사고를 실감 나게 전달해 주며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