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껍질만 쓰면 괜찮아 -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못난이 이야기
매슈 그레이 구블러 지음, 최현경 옮김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매슈 그레이 구블러" , 바나나를 뒤짚어쓴 이 귀여운 남자를 처음 본 건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였다. 괴짜 천재 박사 역할의 그가 동화를 썼다고? 마치 진짜 천재박사가 쓴 동화책처럼 초록색 괴물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못난이 이야기' 이 책은 용감하게도 책 전체를 한줄로 요약하며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지 소개한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인물들간의 간결한 대화는 순식간에 이야기 셋을 향해 달려간다.

 

쭈글쭈글 못난이 초록색 괴물. 세상 사람들과 다른 못난 제 모습을 숨기려 오랜시간을 땅 속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유일하게 바나나껍질을 머리에 쓰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매 년 여름 그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하루, 시끌벅적해서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을 것 같은 파자마 퍼레이드 대축제다. 하지만 마침 그 날, 그가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바나나껍질이 사라지고 만다. 결국 그는 세상밖에 나가지 못하고 울고 만다. 그러자 세상 밖 사람들은 말한다. 누구나 조금씩은 괴상하고, 우리는 모두 멋지다는걸!

 

내가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 중 하나라면 초록색 괴물을 향해 어떤 말을 했을까? 나는 용기 있게 내 못난점을 당연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까? 초록색 괴물을 향해 손을 뻗어주었을까.

 

어느날 봤던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올랐다. 그녀는 왜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냐는 친구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어렸을 때 난 빨간색 코트가 좋았했어, 그런데 어느날부터 튀지 않고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는 까만색 코트가 더 좋아졌어. 난 남들처럼 평범하게 남편얘기, 아이얘기를 하며 평범하게 늙어가는게 꿈이야. 결혼은 나한테 까만색 코트같은거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있다는.." 대사가 끝나고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남들과 다른 튀는 옷도 남들이 뭐라하던 예쁘다며 입고 다녔던 내가 생각이 났다. 어느 순간부터 난 까만색 코트를 찾게 됐을까. 남들이 모두 한발자국을 걸을때, 혼자 가만히 서서 튀고 싶지 않은 기분. 그 대열을 맞춰 걷고 싶고 그 대열에서 벗어나면 도망가 버리고 싶은 마음. 땅 속 못난이는 내 마음속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못난아, 나도 머리에 바나나껍질을 쓰고 파자마 퍼레이드에 참여해도 될까?

 

땅속 마을에 갇혀있는 많은 못난이들에게 파자마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면, "바나나껍질만 쓰면 괜찮아"를 추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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