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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 -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선언
머레이 북친 지음, 서유석 옮김 / 동녘 / 2024년 8월
평점 :
머레이 북친은 미국의 사회이론가, 정치철학자, 사회운동가로 평생 진보적 사회운동에 헌신했던 사람이다. 그는 사회주의 이론과 생태운동을 접목하여 사회적 생태론이라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주창한 사람이다. 이번에 동녘에서 번역 출판한 <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은 북친이 생전에 남긴 글들 중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의 핵심을 담고 있는 에세이 네 편을 엮은 책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생태론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생태론의 핵심은, 인류가 마주한 생태위기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것! 인간 사회에 뿌리내린 지배의 관계와 위계 구조, 그리고 착취와 억압은 그대로 인간과 비인간, 사회와 자연과의 관계에도 이어진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부자가 빈자를,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인간 사회의 구조가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한, 인간이 비인간과 자연 환경을 착취하고 파괴하고 짓밟는 구조 또한 계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억압받는 사람들이 해방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착취받는 자연도 해방되어야 한다!
자연의 해방은 곧 인간의 해방이기도 하다. 자연이 존중 받는 세상에서는 모든 인간 또한 존중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생태를 보존하고 돌봄으로써 파괴자, 억압자, 지배자, 착취자가 아닌 윤리적 행위자로 각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친은 사회적 생태론을 통해 생태문제를 자연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기존의 생태운동을 비판한다. 또한 인간 사회와 자연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고 등한시해온 기존의 사회주의 노동운동 또한 비판하며 극복하고자 한다.
넓게 보자면 북친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와 사회노동운동을 전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때 인류 역사를 뒤흔들었던 사회주의 운동은 지나간 옛 유행처럼 시들었으며, 내부적 모순으로 붕괴된다던 자본주의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그저 하나의 경제 체제가 아니라 "사회" 그 자체가 되었다! 사회는 없다. 시장이 곧 사회다!
이는 곧 자연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안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소모되고 거래되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북친의 지적은 기후위기 및 생태위기가 점점 더 심화되는 오늘날 뼈 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을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처럼 생태 역시 그러하다. 왜? 우리는 이 광대한 우주에서 대체할 수 없는 단 한 곳, 지구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지구가 위기에 처해있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많은 과학자, 사회학자, 철학자가 다양한 방향으로 외쳐왔지만... 2024년의 인류는 이 81억명이 함께하는 조별과제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제 정말,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정말로 변화의 기회가 전혀 없는 미래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론이나 미래 예측이 아니라, 지금 당장 즉시적인 실천이다! 그것도 개개인의 소소한 실천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치적 운동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더욱 정치가 중요해진다.
아마존 산림을 베어내지 못하게 막는 것, 멸종위기동물의 밀렵을 막는 것, 육식 대신 채식 지향의 삶을 사는 것,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한 사회를 만드는 것.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머레이 북친의 <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 어마어마한 제목에 어마어마한 학자의 이름 때문에 첫인상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215쪽으로 의외로 얇고 A5 사이즈도 안되는 작은 크기! 가볍고 핸디해서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읽기 나쁘지 않았다👍 쓰여진 언어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추천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