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 사회학 박사가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오크가 되어 있었다는 황당한 설정으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오크가 된 사람, 물론 외모는 오크이지만, 실상 내용물(?)은 사람인 이 책의 설정은 참 신선한(?) 느낌을 준다.오크가 되어 구석기 시대의 오크의 문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철기 문명으로 만든다는 내용은 흡사 구석기 인들이 불을 발견하고, 농경을 시작하고, 철을 다룸으로써 부족을 정복 하고 좀 더 힘 센 부족들이 작은 부족을 연맹시켜 고대 왕국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이 책에서는 환타지 이지만 사회학자였던 주인공의 경향으로 환타지 문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크의 문화를 개발 시켜 나가고 있다.주인공은 처음에 인간의 감정과 오크의 본능 사이에서 어느 것이 실제의 자신의 모습인지 한참이나 당황을 한다. 결국에 오크로서의 자각을 거쳐 오크들과 인간과의 전투에서 피를 봄으로써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폭력성과 잔인성을 오크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만약 우리들이 그런 모습을 가진 오크였다면 우리들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명제를 제시한다.그 점에서 여느 흥미 위주의 환타지를 벗어나 좀 더 고차원 적인 문제의 접근을 이 책에서는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딸과 착각한 한 아이의 죽음을 통해서 그 마을을 몰살시키는 장면과 전쟁 후의 약탈을 통해서 인간의 간악상과 오크의 잔인성 중 어느 것이 과연 나은 모습인지 독자들에게 생각하게끔 유도를 하고 있다.새로운 설정의 이 책, 좀 잔인한 장면과 표현력도 있지만, 그 전체 주제로서의 인간과 그리고 잔인한 종족인 오크 간의 내면 갈등을 진중하게 이 책에서는 표현하고 있다.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쉬운 점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양면성을 가진 작가의 가치관을 통해서 인간은 악이고, 오크는 선이라는 두 명제가 좀 마음에 안 들었다. 흑백 논리 속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인간의 잔인성은 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며 작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