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집 2
정석화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춤추는 집’은 귀한 소설이다. 추리소설이 드문 한국에서 출간되었으니 귀하고 또 오랜만에 나온 수준 있는 추리소설이어서 더 귀하다.

 

 ‘춤추는 집’은 장르소설과 문학소설의 중간쯤 되는 소설, 또는 장르소설과 문학소설의 장점들을 취해 재조립한 다소 변칙적인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전직 수영선수가 아이러니하게도 물속에서 익사체로 발견되는 범죄가 일어나고 범인일 것으로 여겨지는 유력한 용의자가 살해되는 등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형사가 정체불명의 범인을 쫒으며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그런 사건이 어떤 배경과 인연 때문에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 등장인물들 각자의 삶과 고뇌 등을 밀도 있고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문장이 묘사가 적고 속도가 빠른 장르문학 형 문장이 아닌 밀도 있는 문장, 생각하게 하는 문장, 감성을 이끌어내는 문장이라는 점 등은 일반문학소설에 가깝다.

 

  이런 ‘춤추는 집’을 추리소설의 어느 한 범주에 집어넣어야한다면 사회파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춤추는 집’은 추리소설이니만큼 읽기 시작하면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장르 성향이 강한 다른 소설들처럼 설렁설렁 빠르게 읽을 수는 없다. 상상을 이끌어 내는 상세한 묘사와 감성을 이끌어내는 문장이 읽는 속도를 늦추게 한다. 장르 성향의 추리소설들이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며 빠르게 변해가는 풍경을 보는 문장이라면, ‘춤추는 집’은 두 발로 낯선 곳을 걸으며 아름다운 주변 풍경에, 들려오는 새소리에, 풍겨오는 냄새에 취해 발걸음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읽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지루할 틈은 어디에도 없다. 추리소설이기에 계속 흥미를 유발하는 사건이 읽어나고 또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불황인 요즘의 종이책 출판계에서는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2권으로 출간하지 않고 두꺼운 1권으로 출간하는 것이 추세인데 ‘춤추는 집’은 2권으로 나왔다. 아마도, 분량이 있어 1권으로 내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권으로 출간한 것일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책의 판매를 고려하여 ‘춤추는 집’의 분량을 줄여서 한권으로 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문장의 묘사를 대폭 줄이고 인물들에 대한 곁가지 이야기들을 잘라내면 충분히 두꺼운 1권으로 소화가 가능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판매만을 고려해 만약 그렇게 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맛있는 추리소설로 남아있었을 수 있을까? 문장을 줄이고 곁가지를 줄이면 읽는 속도가 빠른 소설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려하고 섬세한 문장이 주는 특유의 맛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이미지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이 부분은 작가나 출판사 입장에서도 딜레마였을 것 같다.

 

  내용을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가급적 피하고 있는데, 결말만 살짝 이야기해보면(^^;), 과거와 현재의 악연에 맞물려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결말이 비극으로 끝날 것만 같은데 다행이라면 다행히 결말은 나름 해피하게 마무리 된다.

 

  범인을 찾아내고 반전을 즐기는 퍼즐식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보다는 마쓰모토 세이초나 미야베 미유키 식의 사회파 추리소설, 또는 죄와 벌처럼 문학형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읽으면 꽤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참 오랜 만에 무척 재밌고 인상 깊게 읽은 추리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