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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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보게 된 소설.

제목부터 <크리스마스 타일>인 만큼 각기 다른 인물들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작소설이다. 총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데이, 이브닝, 나이트>와 <첫눈에는>이 유달리 더 기억에 남았다.

특히 <데이, 이브닝, 나이트>의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갈 때쯤, 내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이소라 씨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였다. 어쩜 타이밍이란! 덕분에 가망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 일말의 빛을 지켜주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요즘 소설이나 드라마에는 코로나 시대가 당연하단 듯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 삼! 스! 레! 깨닫게 되었다. 이는 너무나도 익숙해 뭘 이런 걸 깨닫기씩이나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야말로 굉장한 충격이었다. 나는 어쩌면 지금껏 코로나 이전의 시대를 정상으로 놓고, 코로나 시대는 비정상적이며 일시적이므로 다시 그 이전의 시대가 완벽히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배경 속의 팬데믹을 인식한 순간, 아아 이미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지 오래구나, 지금 이 모습 자체가 현실 그대로구나란 것을 절감하고야 말았다. 진부하지만 신선한 발견이었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가장 뒤편에 수록된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꾹꾹 눌러 담고 싶은 말들의 연속이었다. 지나치지 말고 꼭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 부분을 아래에 소개한다.

창비 '스위치'에 연재를 시작해 한편 한편 보탤 때마다 마음속 가장 깊은 그늘과 가장 환한 빛을 동시에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한 해를 정신없이 보내다 연말이 되면, 곧 소멸될 일 년이라는 시간과 그 속에서도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들이 더 뚜렷해지듯 말이다. 인물들 저마다 각자의 어려움과 피로, 슬픔과 고독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긴긴밤을 지나 걸어오면 12월이라는 기착지에 멈춰 서게 되고, 그것을 축복하듯 내리는 하늘 높은 곳의 흰 눈을 만나면 비로소 아득해지기도 한다고. 그렇게 우리가 아득하게 삶을 관조해낼 때 소란스러운 소동 너머에 있는 진짜 삶을 만지게 되는 것일지 모르다고. 우리에게 겨울이,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p.305, 작가의 말 中)

… 그렇게 해서 맞이할 모두의 겨울에 평화가 있기를, 각자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풍경들이 그 각자의 이유로 가치 있게 사랑받기를 바란다. 우리는 무엇도 잃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그것을 잃지 않겠다고 결정한다면. (p.306, 작가의 말 中)

책을 덮고 나니 지나간 인연들이 떠오른다. 꼭 연인의 관계로 만났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친구의 형태로 묶였던 사람들도, 그리고 지인이라는 단어로밖엔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들까지도. 다들 잘 지내시죠? 저는 삼시 세끼 잘 먹고 잘 자고 자주 웃고 자주 울며 잘 지낸답니다. 보지 못할 안부 인사를 이곳에서나마 띄워봅니다. 부디 건강하고 편안하시길!

철저하게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아기자기한 부드러움을 내보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덕분에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기쁘게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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