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세계 1
우지혜 지음 / 신영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이득이 곧 정의가 되는 세계
각자의 목적을 위해 치열하게 부딪치는 세계
그 탐욕에 취해 기꺼이 짐승이 된 자들이 우글거리는 세계

그 야만의 세계 속으로
그녀는 스스로 먹잇감이 되어 걸어 들어왔다.

 

“오늘부로 사장님 개인 비서를 맡게 된 이기진입니다.“

건드리고 할퀴어도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마는,
입력된 것을 충실히 출력하는 프린터 같은 저 여자의 얼굴을
……부서뜨리고 싶었다.

 

“비서라는 게, 어디까지 해 주는 거지?”

틈 하나 없이 완벽했던 눈동자가 흔들린 순간,
진한 코냑을 들이켠 것 같은 짜릿한 흥분이 일었다.

어떤 독을 품고 있는지
얼마나 치명적일지 궁금하다면
직접 먹어 볼 수밖에.

 

그것이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밝고 순수했던 대학생의 그 어느날 아버지의 부도로 '나'를 잃은 채 인형이 된 그녀, 이기진.
부도를 맞고 쓰러진 아빠와 빚대신 딸을 포기한 엄마.
그런 부모덕에 찬란했던 대학생활을 하게 된 기진은 한순간 모든걸 잃게 된다.
진헌에게 팔려 비서로 3년을 버티며 감정을 잃은 채 살아왔다.
죽을 수 없어 겨우겨우 살아만 가는 기진은 진헌의 명령에 강현의 비서로 가게 된다.
능력있던 주강현 사장이 왜 갑자기 모든걸 놓은 채 방탕아가 됐을까.
일에 의욕도 없이 거지꼴을 하고 있는 강현이였지만 기진은 강현의 곁에서 버텨야만 했다.
명령이였고, 진헌의 곁이 아니기에 아주 조금의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과거로 죄책감과 증오 사이에서 방황 중이던 그, 주강현.
출생의 비밀과 추진하던 일의 실패까지 맞물려 한순간에 모든걸 놔버렸다.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고 든든한 기둥이였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사고로 죽은 엄마에 대한 뒤늦은 증오에 휩싸여 모든걸 놔버렸다.
자신에게 악의를 갖고 있는 진헌의 계획으로 비서랍시고 온 기진과 마주하게 된다.
기계같은 모습에 호기심과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불쾌함을 동시에 일으키는 여자였다.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 그 가면을 제대로 유지도 못하는 어설픔까지 보면서
진헌과 엮어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곤 기진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 후엔 추억을 곱씹게 만들어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게 된 그, 주진헌.
아버지의 빚대신 팔려 온 기진을 사들이고 길들였다.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지킬 수 없게 된 이로 인해 강현이 죽도록 미웠다.
그래서 조금 더 즐겁게 강현을 무너트리려 일부러 기진을 강현에게 보냈다.
자신의 곁에선 감정 한자락 내비치지 않던 기진이 감정표현을 하는 걸 보게 된다.
이기진은 주진헌의 것이였다. 절대로.

 


진헌의 비서에서 강현의 비서가 된 기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두려웠던 진헌이였는데
강현을 만남으로서 조금씩 감정표현도 할 수 있게 되고 희망도 갖게 되죠.
처음엔 호기심이였지만 이성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강현에 기진도 마음이 움직이고
강현은 진헌에게서 기진을 데려오려 제대로 맞설 준비를 하죠.
오랜시간 강현에 악의를 품었던 진헌은 강현을 제대로 짓밟으려 기진을 보낸 것이였는데
되려 강현에게 기진을 빼앗기게 생기고 분노하게 돼요.
강현이 다시금 의욕적으로 일에 뛰어들어 진헌에 맞서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숨겨졌던 진실들이 밝혀지죠.

 

주된 이야기가 스포가 될 수 있어 리뷰를 쓰기가 참 힘드네요.
크나큰 반전급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건들의 뿌리가 된 '누구'로부터 뻗어져 나오는 이야기예요.
진헌은... 악한 이임에도 악하다고만은 할 수 없네요.
분명 악의를 품은 이유가 있고, 감정이 없는 거 같지만 표현을 못해서지 없지 않아요.
나름의 사정으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남조가 되버렸지만 역시나 짠내폴폴 남조되겠습니다.
조금만 더 감정을 빨리 깨달았다면, 제대로 깨달았다면
어쩌면 기진이는...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네요. 안타까워요.

 

표지나 소개글로는 어두운 분위기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아요.
작가님 특유의 익살스런 대화들덕에 유쾌함이 가득해요.
복수물답게 사건들의 스토리로 주된 내용이 이어지지만 감정선도 아주 잘 살렸어요.
기진을 향한 진헌의 마음들. 강현을 만나고서야 다시 표현할 수 있게 된 기진의 감정들.
기진에 대한 마음과 진실을 마주하게 된 후의 강현의 복잡한 감정들까지.
스토리의 짜임새와 감정선 모두 다 중심이 잘 잡혀 읽는 맛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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