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뱀 1
매니매쉬 지음 / 로코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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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던 녀석이 검사가 됐다.
여전히 천사의 얼굴을 한 채 법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찾았다.”

마치 내가 어디에 숨어 있기라도 했다는 듯한 말.
7년 만에 만난 녀석은 어느덧 어른 남자 태가 났다.
어딘가 모르게 남을 깔보는 그 시선은 여전했지만.

 

“오랜만이다. 여전하네, 넌.”

다시 너를 만나게 되다니, 그동안 잘 지냈니, 나는 잘 지냈는데.
말은 가벼운데 생각이 무거웠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근황을 물으며 웃고 인사하기엔 우리는 그렇게 유쾌한 사이가 아니었다.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상사뱀.”
“…….”
“상사뱀을 만났네.”

 

 


청렴한 판사 부부를 잔인하게 난도질 해 살해한 범인의 딸 최이경.
그런 이력으로 몇번의 강제전학을 다녀야만 했던 이경은 다시 전학간 학교에서 태준을 만난다.
아버지가 살해한 판사의 아들인 태준과 같이 반이 되고 태준에 의해 휘둘릴 수 밖에 없던 이경.
짝꿍은 학교 또라이 서열 2위 최진헌. 그 짝꿍의 절친은 또라이 서열 1위 어우동.
아빠의 자리마저 부재가 되며 혼자였던 이경의 곁엔 태준과 진헌, 우동이 있었다.

 

이경의 아버지가 죽인 판사 부부의 아들인 공태준.
대외적으론 청렴한 판사 아버지, 다정한 어머니, 엄친아 아들이였지만 태준에겐 벗어나고픈 지옥이였다.
최선보단 무조건적인 최고 결벽증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답답한 엄마.
제발 그 지옥에서 꺼내달라 소원을 빌던 날, 정말 소원이 이뤄졌다.
그리고 부모님을 죽인 범인의 딸 이경을 자신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손쓰고 이경을 지켜본다.

 

태준은 뒤로 아이들을 조종해 이경을 괴롭히게 하고 이경이 혼자가 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이경에게 함께 살자며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지만 가해자 딸과 피해자 아들의 위치가 바꼈다.
너무 당당하고 게으른 가해자 딸 이경과 결벽증 탓에 너무 반듯하게 이경을 먹이고 챙기는 피해자 아들 태준.

 

이경이 학교 여자애들 무리에 당하는 상황이 생기고 우연히 그걸 보게 된 진헌은 이경에게 반했다며 들이댄다.
항상 잠만 자는 짝꿍이였던 진헌은 이경에게 유일하게 편견없이 다가온 친구가 된다.
교내 또라이 2인자 진헌의 친구이자 또라이 1인자 우동까지 함께하며 이경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이경은 진헌과 우동덕에 힘겨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경은 태준과 싸우게 되고 태준의 집에서 나와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간다.
부재중이던 집으로 온 편지와 우편물로 인해 안정되나 싶던 이경의 삶은 다시금 흔들리게 된다.
수능시험 당일 태준은 일찍 오라며 꼭 할 말이 있다 하고 이경은 웃으며 태준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한다.
시험장에 가지 않은 이경은 일찌감치 대학에 합격된 진헌과 만나 악수를 건네며

어른이 되면 다시 보자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게 이경을 만난 마지막이였다.
태준과 진헌에게 이경 혼자만의 이별의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한국을 떠난다.

 

7년이 지난 후 귀국한 이경은 우연히 우동을 만나고 태준과도 만나며 진헌과도 재회하고
이경은 전혀 원치 않았지만 태준, 진헌과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잊었다,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과거 부모님들의 사건이 다시금 수면으로 드러나며
이경은 전혀 몰랐던 과거의 일들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삶을 뒤흔든다.
또 다시 숨으려는 이경을 알아챈 태준은 이경이 도망치지 못하게 옭아매고 집요해진다.

 

살인범인 아버지의 딸과 그런 아버지가 죽인 피해자의 아들.
처음부터 둘의 인연은 참 이상했어요.
악담을 퍼붓고 죽이겠다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태준은 되려 이경을 보살피죠.
이경도 처음엔 태준의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태준과 함께하며 마음이 편했죠.
학교에서의 태준은 교묘하게 아이들을 선동해 이경을 괴롭히게 했지만
집에서의 태준은 귀찮아하고 게으른 이경을 살뜰히도 챙기고 걱정도 많이 해요.
그런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태준이 이상해 이경은 태준에게 숨막혀 하면서도 많이 의지하죠.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불안정했던 이경의 곁에서 진헌과 우동이 함께해
그 시기들을 견딜 수 있었지만 최악의 소식에 이경은 모든걸 놓고 떠나는 걸 택하죠.
그렇게 떠난 이경뿐만 아니라 태준까지도 그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이경에게 묶여있었어요.

 

상사뱀은 상사병으로 죽은 사람의 혼이 변하여 사랑했던 이의 몸에 붙어 괴롭히는 뱀이라죠.
태준이 7년만에 이경을 만나고 그런 말을 해요. 상사뱀을 만났다고.
후에 태준은 이경에게 처음엔 자신이 상사뱀인지 알았다고 해요.
태준과 이경에겐 서로가 상사뱀이 아니였을까 싶어요.

 

역시 사건을 주로 다루는 다른 소설들에서도 봤듯이 로맨스적인 부분들은 적었어요.
온리 최이경만을 외치며 부드럽게, 짠하게 다가오는 진헌이 덕분에 로맨스가 없었다곤 못하지만
진헌이마저 없었다면 이건 뭐 갑자기 툭 튀어나와 로맨스로 둔갑하냐 할 뻔 했어요.
어느정도 중간중간 복선은 깔아놨지만 로설 독자가 원하는 건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거 아니겠나요.
전 말장난하는 코믹한 부분들을 좋아해서 읽으며 재밌기는 했지만
스릴+코믹의 조화라 사실 깊이있거나 진정성있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요소들이 뭔가 다 조금씩 부족하다 느껴져 아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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