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요조 지음 / 다울북(Daulbook)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똑똑똑.”

하늘을 올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있던 태한의 어깨를 서윤이 노크하듯 건드렸다.
얼굴을 내리자 동그란 얼굴의 서윤이 하얀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 서윤이 마치 환영 같았다.
노을에 물든 꽃보다 더 고왔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보다 더 눈부시게 싱그러웠다.
거짓말처럼 아름다웠다. 지금 손을 내밀어 잡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

“공서윤.”
“네?”

태한이 서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망설임 없이 서윤이 그 손을 잡았다.
가슴까지 가득 차는 것 같은 느낌, 공서윤이라 가능했다.
바람마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기 싫어 태한은 서윤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내가 공서윤 진짜 좋아하나 보다.”

 

태한의 얼굴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였다.

 

“그것도 엄청 많이.”

공서윤과 함께 한다면 매일이 특별할 것 같다.
특별한 사람으로 공서윤 옆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졌다.


평범한, 그렇지만 서로에겐 특별한
특별한, 그렇기에 서로에겐 사랑인

 

공서윤과 서태한

그들만의 special

 

 

영화감독이 꿈이였던 서윤은 아버지의 오랜 병원비로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고액이 보장되는 가정관리사 헬퍼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되고 첫 고객으로 태한의 집에 파견이 된다.
무지 까칠하고 절대 편하지 않은 남자 서태한 부사장. 그래서 되려 편했다.
갑과 을의 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서윤은 헬퍼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갑의 연애가 끝나고 의도치않게 갑을의 선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헬퍼를 들인 태한.
자신도 쉬운 성격은 아니지만 헬퍼로 온 그 여자 공서윤은 이쁜 로봇같았다.
이쁜 외모로, 철저한 비서의 모습으로 그렇게 태한의 생활을 흔든다.
어긋남없이 항상 반듯하고 깍듯한 공비서의 다른 얼굴인듯 타인을 향한 웃음을 보고 자꾸 신경이 쓰인다.
5년이라는 시간을 매번 기다리고, 지치게만 하던 연인과의 끝을 생각하게 됐다.
연인과는 정반대의 공비서 서윤에게 자꾸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절대 오르지 못한 나무인, 너무 잘난 남자 서태한은 꿈도 꾸지 못할 남자였다.
그래서 차라리 다행이였다.
고객에게 반해 고액의 일자리를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자신에겐 너무 소중한 아버지가 계시고 아버지의 병원비가 필요했으니까.
그랬는데 자꾸 공비서가 아닌 인간 공서윤의 모습을 태한에게 들킨다.
힘든 순간마다 맘놓고 울 수 있게 따뜻한 가슴을 내어주는 그 남자 태한에게 자꾸 마음이 기운다.

 

오랜 연인의 방랑벽과 제멋대로인 모습들에 서서히 지쳤던 태한은 이별을 고한다.
그 이별의 불똥이 서윤에게 튀고 서윤이 힘든 상황들에 처하지만 공비서는 항상 괜찮단다.
괜찮다는 공비서말고 진짜 공서윤의 모습들을 보며 공서윤이 탐나기 시작했다.
더이상 공비서와 부사장님이 아닌 공서윤과 서태한이 되고 싶어진다.

 


헬퍼와 고객이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 받으며 연인이 되는 그 이야기가
참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였어요.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인 아버지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서윤은 자신을 위한 건 없었죠.
참 이쁠 나이에 연애 한 번 못해봤고, 제대로 놀지도 못했지만
자신의 전부인 아버지가 그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줄 아는 참 이쁘고 반듯한 아가씨였어요.
그런 서윤의 곁에 친오빠와 다름없는 도경과 도경의 부인이자 서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지현.
그들이 없었다면 씩씩한 서윤도 그렇게까지 힘을 내지는 못했을 거예요.
어릴적 도망간 엄마, 식물인간으로 오랜 시간을 병상에 계신 아빠.
그런 서윤이 버틸 수 있게 힘이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줬던 도경과 지현은 참 멋진 부부였어요.
태한도 잘난 외모와 배경, 능력까지 다 갖췄지만 오랜 연인의 방황과 이기적인 모습들에 지쳤었죠.
그렇지만 자신의 연애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기에 서윤에게 섣불리 고백하지 않는 남자예요.
이별에도 배려와 예의가 필요하기에 확실히 끝을 맺고 시작해야함을 아는 남자죠.
착실하고 반듯한 공서윤과 그에 못지않게 올곧은 서태한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이 돼요.

 

타 소설들처럼 쉽게 고백하며 달려들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나쁜짓을 일삼는 악조도 아니였어요.
물론, 악조는 나오지만 그들 나름의 이유와 개연성이 나오니 되려 불편하지 않았어요.
가끔 보면 주인공들의 옛연인 혹은 짝사랑을 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악행을 일삼잖아요.
악조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악조로서 일방적인게 싫어서 그런 책들은 좀 거르는 편이거든요.
개연성이 부족하다 느끼면 아무리 재밌다는 글도 반감이 들더라구요.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특별하지 않는 이야기임에도 참 특별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짜임새가 좋았고 그래서 감정전달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요조님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항상 바르고 착실하죠.
어른을 위한 동화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저 이쁘고 아름답게 보이려 꾸미는 게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하죠.
살랑살랑 마음을 간질이는 그런 따뜻함이요.
참 오랜만에 신작을 내셨는데 이렇게 오랜 공백은 안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