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다고 시치미 떼다
김나혜 지음 / 동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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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연쇄살인마 K와 발견된 시신들.
그리고 두 명의 아이, 휘찬과 예하.

서로 다른 현실 속에서 예하는 휘찬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해야만 했다.
사랑의 이면에 감춰 둔 다른 감정.
서로에게 미안했고, 서로를 미워했다.

“후회해?”
“……아니요.”
“그거 알아? 오히려 어릴 때에 더 연기 솜씨가 좋았어.

지금은 아닌 척 시치미 떼지도 못하는군.”

뻔히 보이는 사랑 앞에 언제까지 시치미를 뗄 수 있을까.
 

 

10년을 전국을 누비며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 K를 검거하고 그의 집을 수색하던 경찰들은 시체를 찾고 
근처 동굴에서 10살짜리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구출한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치료와 검사를 하고 경찰은 아이들 중 살인마 K의 자식이 있다는 것과

이미 아이들의 부모들은 다 죽었다는 것을 밝히게 된다.
소식을 듣고 남자 아이인 휘찬의 이모 부부가 병원으로 찾아오지만
아이들 중 누구도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아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아이들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휘찬의 이모 부부는 두 아이들을 함께 데려가야만 했다.

 

휘찬과 예하가 고3이 되고 휘찬의 예하를 향한 집착은 더욱더 커진다.
하지만 휘찬은 이모부가 이끄는 그룹의 후계자가 되어야 했고
예하는 절대 휘찬의 곁에 세울 수 없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아이였다.
서로의 간극을 알기에 예하는 절대 휘찬을 욕심내지 않았다.
휘찬에게 거리를 두려는 예하의 움직임에 휘찬은 예하와 자신의 결속을 다시금 상쇄시킨다.
대학에 입학하고 딱 6년만 연애를 하겠다고, 그 후론 깨끗하게 헤어지겠다는 휘찬의 말에
이모 부부와 예하는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하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는 날부터 시한부 연애가 시작 되고
언제 그렇게 날을 세웠냐는듯 휘찬은 예하에 한정된 애정을 과시한다.
결코 둘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틈 한자락 내보이지 않는 두사람이지만
주변에선 결코 가만두지 않고 자꾸 찔러대지만 절대 어느 쪽도 흔들림은 없었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휘찬은 예하에게 청혼을 하지만 예하는 거절한다.
예하의 고집스런 결심에 결국 휘찬은 이별을 받아드리고 그렇게 둘은 헤어져
예하가 휘찬의 집 집사일을 하게 되며 둘의 신분의 차이는 확실하게 벌어진다.
언제 예하를 그렇게 사랑하기는 했냐는듯 휘찬은 다른 여자와의 연애도 약혼도 진행한다.
약혼 기간 중엔 예하를 찾지 않았을 뿐 다른 여자와의 연애 중에도 예하를 찾았다.
두 번의 약혼이 파기되고 세번째 약혼이 진행되며 휘찬은 예하를 대놓고 정부로 두려 하고
그렇게 둘의 아슬아슬한 상황과 마음들은 절정으로 치닺게 된다.

 


살인마의 자식. 그리고 절대 떨어질 수 없던 두 아이.
서로가 서로에게선 떨어져서도 떨어질 수도 없었죠.
세상에 서로를 이해할 수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있었던 건 서로밖에 없었죠.
예하의, 예하를 위한, 예하에 의한 것밖에 몰랐던 휘찬과
휘찬의, 휘찬을 위한, 휘찬에 의한 것밖에 몰랐던 예하.
이기적이면서도 모질게 이기적이지 못했던 그 둘의 사랑은 참 견고했고 위태로웠죠.
세상에 단 둘이면 됐을 것을 서로를 위한답시고 행했던 마음과 결정들에 서로를 찌르고
서로의 상처들에 다시금 상처 받고 그러면서도 이기적일 수 밖에 없던 휘찬과 예하죠.

 

이야기의 시작이 살인마 K가 잡히고 그 집을 수색하며 나오는 시체들과 K의 갑작스런 죽음이기에
분명 처음엔 무슨 일이지, 뭐지, 누구지 하며 사건에 초점을 두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사건보단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사랑에 더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몰입도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너무 빤한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그저 시작이 사건이였을 뿐 분명 둘의 사랑이야기니까요.
왜 둘의 사랑이 위태로울 수 밖에 없는지, 휘찬과 예하는 왜 서로여야만 했는지,
왜 서로에게 시치미를 떼가며 외면해야만 했는지.
마지막에 사건의 시작과 끝을 다 밝히고서야 온전히 그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어쩌면 서로를 위하지 말고 각자의 욕심을 부렸다면..
그렇다면 둘은 조금 더 빨리 안정된 세상에서 사랑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어요.

 

김나혜 작가님은 제겐 낯선 작가님이셨어요.
낯선 작가님들의 시놉에 낚여 몇번을 데였더니 이젠 심한 거부감이 들어 쉽지 않았는데..
어느 분께 영업 당해 급하게 주문을 해놓고도 좀 머뭇거렸어요.
추리 로맨스를 좋아하지만 근래 뻔한 스토리들에 실망해 역시나 뻔하겠지 하는 시큰둥함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내려놓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아니 이건 왜 이리 몰입이 좋아!
뻔하지 않은 반전들도, 피폐한 캐릭터들도 좋아하는 제겐 참 만족스런 작품이였어요.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보고, 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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